비 오는 날 달리기

조금이라도 덜 맞아 보겠다라며

by 오다

어릴 땐 비 오는 날 달리면 덜 맞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빗속을 힘껏 내달렸다. 물방울을 피해 보려는 듯, 더 빨리, 더 멀리 뛰었다. 하지만 비는 멈추지 않았고, 결국 흠뻑 젖은 채 집에 도착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귀엽다. 그때 나는 비를 피하려기보다 비와 장난치고 있었던 것 같다. 어차피 젖는 걸 알면서도, 조금이라도 덜 맞아 보겠다고 뛰던 모습이.


이젠 비 오는 날 굳이 달리지 않는다. 대신 빗방울 하나하나를 느끼며 천천히 걷는다. 어린 시절 그때처럼 비와 장난치진 않지만, 여전히 비 오는 날이 좋다. 아마 그때의 나처럼 마음의 한구석엔 빗속을 달리는 작은 강아지가 남아 있어서이지 않을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