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의 지하 작업실. 테이블 위에는 알 수 없는 알약과 작은 비닐봉지가 널려 있다. 어두운 공간 안에서 홀로 핀 조명을 받고 있는 데이비드의 손에 편지 한 장이 들려있다.
데이비드 - ‘나는 네가 필라델피아 상원의원 존 휴이트의 아들 데이비드 휴이트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게 뭐야. 도대체 누가 보낸 거야? 나는 이제까지 외부에 신분과 얼굴을 한 번도 노출시킨 적이 없는데... 심지어 캐리어 두어 명을 빼고는 내가 일하는 이 지하 작업장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그런데 어떻게 내 정체를 안 거지? 새로 유입된 차이니즈 갱인가, 아니면 우리 아이리시 화이트의 오랜 적수 GoP 카르텔? 이 새끼들이 켄싱턴의 마약 공급을 독점하고 싶어서 나를 겁박하는 편지를 보낸 건가? 이런 싸구려 종이에 이상한 필체로? 여기 종이 끝에 묻은 이 붉은 건 피? 아니, 잠깐. 이건 또 뭐야? 이 비열한 자식들. 두 장의 종이를 피로 붙여 놓았잖아! 젠장, 두 번째 장엔 또 뭐라고 적혀 있는 거야? 아버지의 정치 활동을 보장하고 싶다면 이번에 거래를 튼 중국과의 차이니즈 화이트 공급을 중단하고 아이리시 화이트에서 관리하는 아메리카와 유럽의 고위층 고객명단을 확보해 지금으로부터 한 달 뒤 23시 50분, 켄싱턴가 22구역에서 기다리라고? 이 미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런 비밀장부는 보스가 직접 관리한다고! 아버지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해볼까? 아니지... 안돼... 아버지는 지금 캐리 대통령의 내방 일정 조정 건으로 정신이 없으셔. 아버지의 정계 진출 범위가 동부 전역으로 넓어지는 절호의 찬스를 앞둔 이 시기에 이 따위 고민을 안겨드릴 수 없지. 큰 아들이 이딴 괴랄한 상황에 빠져 있다는 걸 알면 크게 실망하실 거야. 그럼 어떡해야 하지? 나는 이 시점에서 무엇을 할 수 있지? 내 상선 릴멍키에게 보고해야 하나? 그냥 달랑 이 종이 두 장을 가지고? 아니 그럴 수 없어. 그는 분명 내게 이 종이를 보여 달라고 할 텐데, 그럼 아이리시 화이트 내부에서 내 정체가 드러나는 건 순식간 일거야. 아이리시 화이트의 마약 공급책이 존 휴이트의 아들이라는 사실은 세상에서 아무도 몰라야 해. 절대적으로! 이 문제는 오롯이 나 혼자서 해결해야 되는 거야. 아... 어떡하지? 어떡하지...
불안한 표정으로 무대 위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데이비드. 테이블 위의 알약 하나를 삼키더니 온몸의 기능이 마비된 듯 관절 인형 같은 포즈를 취한다. 잠시 후 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