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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 Oct 03. 2022

생일

희곡 연습

생수통, 뻐꾸기, 굴러가다, 의구심, 찾다, 쾅, 힐끔, 촛불  / 이 단어를 모두 써서 희곡 만들기



등장인물 : 린다 – 마크의 친구, 포토그래퍼

마크 – 린다의 친구, 모델


늦은 밤. 촬영 스튜디오. 불 꺼진 그곳에서 살짝 열린 냉장고만이 희미한 불빛을 내뿜고 있다.


린다: (빈 병을 구겨 던지며) 빈 생수통은 도대체 왜 냉장고에 넣어 두는 거야? 다 마셨으면 바로바로 버려야지. 습관 하고는...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린다. 거의 한통을 다 비우고 소파에 털썩 걸쳐 앉는다. 밤거리의 희미한 가로등 불이 창틈으로 새어 들어온다. 어둠에 익숙해진 린다가 시선을 시계로 던진다. 고장난지 이미 오래된 뻐꾸기가 소리도 없이 자정 십분 전을 알리고 있다. 린다가 시각을 확인하고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바깥을 살핀다.


린다: (초초한 듯) 올 때가 됐는데...


린다가 혼잣말을 한지 얼마 안 되어 낡은 머스탱 한 대가 스튜디오 입구로 굴러온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린다의 촬영 모델 마크.


마크: (이해할 수 없다는 말투로) 린다, 얘는 왜 이 야밤에 촬영을 한다는 거야? 누가 괴짜 예술가 아니랄까 봐, 정상적일 때가 없어요. 이러니 어떤 모델이 린다랑 같이 작업을 하려 하겠어? 제대로 된 촬영인지 아닌지 의구심이 들만도 하지...


마크는 자신의 혼잣말을 누가 들었을 새라 밤거리를 힐끔거렸다.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한숨을 크게 한번 내쉬고 스튜디오 문을 연다. 굳게 잠긴 문.


린다는 창문에서 마크가 문을 쾅쾅 두드리는 모습을 카메라로 찍고 있다. 열댓 번의 셔터를 누른 뒤 유유히 입구로 내려가는 린다.


린다: (어둠 속에서 불쑥 나타나며) 나 찾았냐?


마크: (놀라며) 아, 깜짝이야. 너 귀신이니? 왜 그렇게 갑자기 나타나?


린다: (웃으며) 복도의 센서등이 나가서 내가 너에게 가고 있다는 걸 미처 알리지 못했네.


현관문을 열어주는 린다. 마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안으로 들어온다.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마크의 뒤통수에다 한 마디 날리는 린다.


린다: (빈정거리며) 겁쟁이인지는 몰랐는데 말이야.


마크는 걷다 말고 린다를 돌아보며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세운다. 그런 모습을 카메라로 찍는 린다. 플래시가 눈앞에서 터지고 마크가 눈을 찡그린다. 유유히 마크 옆을 지나쳐 스튜디오로 들어가는 린다.


마크: (겉옷을 벗으며)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자정에 촬영을 하자고 한 거야? (대답은 들을 필요 없다는 듯 겉옷에서 담배를 꺼내며) 담배 한 대 피우고 하자. (라이터를 연거푸 켜면서) 라이터 있어?


린다: (연신 마크를 촬영하며) 테이블 위에 봐봐. 성냥 있을 거야.


테이블로 가는 마크. 테이블 위에는 초가 꽂힌 케이크가 있다. 초의 개수를 새는 마크.


마크: (중얼중얼 숫자를 세며) 스물둘. 이 케이크는 뭐냐?


마크에게로 다가와 성냥을 그어 촛불을 켠 후, 마크의 입에 물린 담배에도 불을 붙여준다.


린다: (웃으며) 생일 축하해.


카메라로 마크의 놀란 표정을 촬영하는 린다의 어깨너머에서 고장 난 뻐꾸기시계가 소리 없이 자정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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