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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 Nov 05. 2022

알아차리기를 연습 중입니다

오늘의 감정입니다


정신을 차리니 어느덧 오후 3시 반이다. 어제 저녁으로 새우튀김을 해먹은 탓에 온 집안에 기름내가 진동한다. 창문을 열어보지만 늦가을의 찬기에 오한이 든다. 마치 7년 전 과로로 쓰러졌던 그때 그 느낌과 똑같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과거란 기억의 편린들은 왜 이리도 독하고 못된 건지... 좋지 않은 기억은 뇌리 속에 콱 박혀 녹슨 못, 좋은 기억은 손가락 사이로 끝내 흘러내리고 마는 한 줌의 모래만 같다. 내게 기억이란 추억일 수 없는 걸까... 나에게 초능력이 있다면 망각을 적시적소에 마음대로 쓰고 싶다. 자유롭게 괴로운 기억이 들 때마다 싹 지워버리는 거지. 그리고 기억을 지웠단 기억조차 없애버릴 수 있다면... 글쎄, 그런 상태를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나? 미지수다. 단지, 옛날 슈퍼맨을 보고 슈퍼파워를 원했던 그 어린 소녀가 아직 내 안에 있나 보다. 남은 하루 동안 또 무엇으로 작은 아이가 된 나를 달래줘야 할지 모르겠다. 마음과 다르게 몸만 훌쩍 커버린 것 같은 나. 독서와 글쓰기, 넷플릭스, 강아지 산책,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행위로 내 속에 지쳐 웅크리고 있는 작은 나를 달랠 수 있을지 시험해 볼 수밖에. 그게 대충 사람 사는 거라고 믿으며 살아 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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