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alk is a gap in our daily life
Lockdown 시대
이곳 체코는 코로나 2차 유행으로 지난봄에 있었던 코로나 1차 락다운(Lockdown) 조치보다 더 강력한 봉쇄령이 내려졌다.
막연하게 다른 유럽지역에 비해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던 확진자 수 그래프가 여름휴가 이후에 수직으로 상승하고, 가을로 접어들면서 인구 대비 가장 급격한 증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전 세계 뉴스로 나가기 시작했다.
실내와 실외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고 모든 상점들이 폐쇄되고 밤 9시부터는 모든 통행이 금지되었다는데, 밤 8시가 되니 골목 여기저기에서 순찰차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으로 이 사태를 체감할 수 있었다.
이런 건 태어나서 처음 맞이하는 상황이라 무섭다기보다는 살짝 흥분한 상태로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통행금지. 진짜야 이런 게 있었어.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제한
그렇다고 낮이라고 해서 그리 많은 자유가 주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약이나 위생용품, 식료품 구매 및 출퇴근, 꼭 봐야 할 공공기관 업무가 아니라면 특별한 사유 없는 이동 역시 제한되어 있다.
지난봄에 있었던 1차 락다운 때는 사실,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곳 역시 코로나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긴 했지만, 다른 유럽지역에 비해 그 증가폭이 크지 않았고 원래 집에 있기를 좋아하는 나는 말로는 무섭다고 호들갑을 떨면서도 정작 마트에 가서 사재기 해온 아이템은 술이나 과자 같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말 그대로 가상 재난상황으로 보이스카웃 캠프에 참가한 어린애 같은 흥분이 가슴속 어딘가에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산책만이 지금 나의 전부인 시대
이상하게도 일찍 잠에서 깨는 일요일 오전엔 할 일도 먹고 싶은 것도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일요일이면 거리의 상점은 물론 대형마트도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작은 소비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도 돈을 쓰러 갈 곳이 없다.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마스크를 점검하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우선 집 밖으로 나왔다.
지금의 나에게 산책은 시간의 틈을 벌려 여가를 보내는 여유로운 시간이 아니라, 별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는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개 산책이 허용된 사람들마저 아직 나오지 않고 안개가 체 걷히지도 않은 이른 시간에 집 앞 공원과 강을 끼고 크게 돌았다.
거의 일주일 내내 집에만 있었는데, 이른 아침의 안개 낀 강을 따라 걸으니 조금 살 것 같다.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들의 웃음을 오랜만에 보니 마음이 조금 놓이기도 한다.
일상의 루틴을 지키는 사람들을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역시 마음의 작은 위안이 된다.
코로나 시대, 락다운의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모두 다 같다.
혼자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작은 위안이 된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렸던 많은 일상의 풍경들을 다시 만끽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이러한 마음으로 남에게 다가가 해를 끼치지 않고 멀리서 지켜보며 가만히 기다리는 것, 그 일뿐이다.
https://youtu.be/acqMcAHjgl8?feature=sha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