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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동 Aug 30. 2021

네, 제가 바로 그 '대학원생'입니다.

대학원 복학을 결심하기까지

나는 대학원생이다. 아니, 예정이다.

모레면 박사과정 2학기 시작이다. 나와 석사과정부터 함께했던 입학 동기는 현재 박사과정 6학기다.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된 2019년 8월, 나는 브레이크 걸고 도망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2021년 9월, 나는 복학예정이다. 정확히 2년 만이다. 


 전환점을 만들어 준 건, 어떻게 보면 대학원 덕분이다. 내가 삶을 대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걸 바닥까지 가게 만들어서 알게 해 줬으니까. 서서히 병들어갔다. 내가 눈치채지 못하게. 바닥까지 가서 무서웠던 건, 그보다 더한 바닥이 있다는 거였다. 이러다 내가 나를 죽이겠구나. 그렇게 나에게서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때, 기회를 만났고, 말 그대로 나는 위기를 기회삼아 전환점을 돌았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는 게 참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이었는데, 그게 나한테 해당되다니. 인생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복학이라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2년간 회사 생활을 하며 적은 돈이지만 '돈을 번다'는 게 생각보다 너무 좋았고, 대학원을 다니며 망가져갔던 삶과 다른 평온한 삶을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한 이유는 지금은 많이 건강해졌으니 잘 버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설렘, 그리고 내가 다시 건강을 잃어가는 걸 알아채면 이제는 망설임 없이 완전히 그만둘 수 있을 거라는 용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알아채는 방법으로 나는 '기록'을 선택했다. 그래도 잘 쓰고 싶었기에, 다시 한번 고민에 빠졌다. 글이 편협하게 흘러가지 않을까? 지루하지 않을까? 사람들이 안 읽어주면 어떡해? 그래, 일단 해보자. 글을 다시 서랍에 넣는 한이 있더라도. 그래서 내 전공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기후를 분석한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온도, 강수, 바람 등의 데이터를 간단한 코딩을 통해 분석한다. 종종 코딩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고, 데이터와 논문에 대한 이야기를 두서없이, 맥락 없이 기록할 참이다.


서랍에서 썩히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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