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말씀드렸지만.
작업중에카피수정해야하는부분있으면
미리말씀주세요.
이렇게마지막에시간촉박하게주시면
저ㅠㅠ
힘들어요 ㅠㅠ
부탁드립니다...
(긴박한 마음엔 띄어쓰기도 없다)
오늘도 디자이너에게 메신저로 구걸세례다.
딱 잘라 몇 번을 말해도 고쳐지지 않는 동료.
챗GPT, 제미나이에 도움을 청한다.
마음대로 내 카피를 바꾸는 디자이너에게
어떻게 말해야 좋을까? 예의 바르면서 확실하게..
주변 친구와 AI 도움까지 빌려
회사 동료에게 불만사항을 어찌 말할까
이리저리 궁리하던 중.
무지개다!
옆부서 동료가 내지른 한마디.
회사 창가에서 가락시장 쪽으로부터 관악산까지 길게 걸린 무지개를 보았다. 크고 선명한 왕무지개 뒤로 흐린 무지개가 하나 더 있는 쌍무지개였다. 좋은 일이 쌍으로 있으려나, 하고 혼자 주문을 외듯 중얼거렸다.
소원 빌어! 소원!
아까 내지른 동료다.
퇴사하게 해주세요!
또 그 동료다.
그녀의 소원은 퇴사.
나의 소원은 무엇일까.
근데..
좀 전에 회사 동료에게 말하려던 불만이 뭐였지.
무지개 하나로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있었다.
창가에 같이 옹기종기 모여 무지개를 보던
해맑은 마음들에 정신까지 해맑아진 걸까.
한쪽 슬리퍼만 신고 버선발로 창가로 달려와 사진을 찍는 디자이너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무협 만화책 열혈강호에 이런 말이 나온다.
세상에 악한 사람은 없다.
단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살아갈 뿐이지.
누군가 이해가 안 되거나, 서운하거나, 미운 감정이 들 때. 원망보다, 그 사람의 최선이었을 거라 생각해 보기로 한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의식을 참고하자면, 헤어릴 수 없는 넓은 공간과 셀 수 없는 긴 시간 속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서 찰나의 순간을 누군가와 대화하거나 함께 보낼 수 있었음은 나에겐 큰 기쁨이었다고. 오색찬란 무지개 생각을 띄워본다.
삶은 언제나 우리를 변화시킨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감정, 무지개 마음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