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컨디셔닝 하는 날.
꽃냉장고에서 꽃들과 물통을 꺼내 물을 갈아주고 꽃줄기 아래를 자르고, 시든 꽃잎을 떼내어 물올림을 도와주는 컨디셔닝은 꽃들이 어여쁘게 피어있도록 보살펴주는 일이다.
“나 밥 먹고 오는 동안 혼자 컨디셔닝 해봐.”
사장의 미션이다.
(처음 해보는데요.)
(하지만 할 수 있어요.)
혼잣말을 마치고 부랴부랴 미션시작. 빠르게 흐르는 시간이 애속하다. 아직 반도 못했는데 사장 등장이다.
“컨디셔닝은 이따 나 치과 갔다 와서 마저 같이하게 sns포스팅부터 할래?”
“네? 넵!“
넵요정이 되어 써놓은 글을 컨펌받고 20분간 사장과 같이 고른 사진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네이버 블로그도 포스팅을 해야 하는데, 카페 손님이 왔다.
블로그는 새롭게 구성을 잡느라 시간이 더 걸린다. 오래 고민하면서 글을 쓰는 습관이 있어 한 문장 한 문장 심사숙고다. 사장이 치과에 가있을 동안 블로그 글을 작성해 올리고 카페 손님들을 받는다.
아직 꽃 컨디셔닝도 마저 해야 하고, 유리창 문도 닦아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고, 할 일이 태산이다. 치과에 다녀온 사장은 불쑥 꽃냉장고를 살펴보곤
“너 집에서 엄마가 청소 다 해주지?”
“제.. 제가 하는데요.. 하하.”
폐부를 찌른다. 사장이 손수 보여준 꽃 컨디셔닝 상태를 보고 끄덕끄덕 나의 부족함을 인정한다. 버리지 마라고 당부했던 것은 버리고, 다듬었어야 할 그린소재 줄기는 다듬지 않았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하 난 참으로. 참참 뒤죽박죽이구나.
20년 경력 사장에게 내 인생도 좀, 제발 컨디셔닝 해주세요. 말하려다 입꾹. 마감청소를 한다.
내 인생은 뒤죽박죽이지만 꽃을 돌보듯 나를 보살펴주면 나라는 꽃도 언젠가 꽃피지 않을까.
정신 컨디셔닝을 해본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