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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음은 시들기도 한다

by oddmavin project


어떤 마음은 시들기도 한다. 그 마음에 다시 꽃이 피기도 한다. 같은 상황 속에서 어떤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쇼펜하우어가 인간은 오직 자기 지성의 척도에 비례하여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저급한 지성을 가진 자는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에게서 아무것도 인식하지 못하고 오직 그의 인격에서 가장 낮은 것. 즉 그의 모든 약점, 기질이나 성격의 결함을 인식한다.


저급한 지성을 갖게 되는 날에는 내 인식 영역을 확인해 본다. 누군가에게 실망하면 나의 인식과 지성을

점검한다.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각자의 위대한 정신을 발견해 교훈으로 삼아 보려고 애써본다.


사장이 만든 꽃다발에 꽃들이 시들어간다. 시든 꽃은 빼내고 다른 꽃으로 다시 만들었다. 내가 다시 만든 꽃다발이 팔렸다는 사실에 기쁨이 불어온다. 잠실역에서 버스를 타러 걸어가는 길. 마음속에 꽃이 피면 세상이 꽃으로 보인다는 생각을 해본다. 시든 마음일 때도 괜찮은 퇴화라 생각한다.


항상 피어있을 순 없으니. 자연의 순리가 그러하듯.



며칠 후. 한 송이 꽃이 팔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사장이 풀어헤친 것이었다. 시들어가는 상태도 아니었는데. 내 흔적까지 풀어헤쳐진 느낌이다.


나는 중요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감각을 배우고 있다. 미약한 존재라는 걸 받아들이는 연습 중이다. 따사로운 봄볕에 비치는 나란 존재도 여느 길가에 들풀처럼 살랑인다. 보잘것없는 들풀처럼 살아가도 나는 하루를 충실히 살아냈다. 사람이 적은 지하철 칸에 앉아 좋아하는 풍경을 바라본다. 강물이 흐르고, 윤슬이 반짝인다. 가로수의 푸릇함에 무뎠던 마음도 푸르러진다.



어버이날 무엇을 해드려야 하나. 못난 자식의 고민이 강물 따라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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