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의 배달부였다.
5월 5일부터 8일까지.
꽃집은 말 그대로 ‘전시 상태’였다.
아침 일찍 출근해 꽃 컨디셔닝부터 시작해서
코사지 만들고, 센터피스 꽂고,
바구니와 화기에 플로럴폼 세팅하고,
인스타와 블로그에 홍보글 올리고,
카페손님 커피 만들고, 꽃 배달까지 했다.
꽃도 팔고, 커피도 팔고 정신도 팔리고.
눈코 뜰 새 없이 흘러간 나흘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정신없는 날들 속에서
햇살처럼 선명하게 남은 장면이 있다.
어버이날 오후 2시, 광장시장.
“할아버지 사랑해요” 카드가 꽂힌 꽃을
받으신 분의 얼굴이다.
웃을 듯 말 듯 얼굴에 맴돌던 꽉 찬 행복.
‘아, 내가 사랑을 배달하고 있구나’
그 생각이 딱 들었다.
고객이 요청한 문구로 카드도 만들었다.
“사랑해요.”
“키워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세요.”
“찾아뵙지 못해 죄송해요.” 등
이 모든 문장을 응축한 단어는 사랑이다.
하나하나 눌러쓴 말들이
겹겹이 포개진 꽃잎으로 사람 마음에 가 닿는다.
꽃을 주는 일은 결국 사랑을 건네는 일이다.
올해 어버이날 나는 사랑의 배달부였다.
배달 완료. 사랑 수신 완료.
확실히 알게 됐다.
인간이란 종은 마음속에 사랑 한 송이를
품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