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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서른아홉.
마흔을 향해가면서
자아가 조금씩 선명해져 간다.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과
불편하거나 경멸스럽게 느껴지는 것들이
각자의 자리에 우직히 선다.
어떤 사람과는 대화가 자꾸 삐걱거린다.
이미 멀어졌어야 할 인연을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
진흙 같던 관계를 썰물에 씻어내고
새 밀물에 새 인연을 맞이할 때가 온 걸까.
이왕 보낼 잔해라면 들러붙은 대로, 탁해진 대로
그 불편함을 있는 그대로 감각하고 느껴본다.
불편함은 나를 나답게 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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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나와 맞지 않는 사람에게
시간. 돈. 에너지를 쏟지 않으면서도
겉으로 체면을 챙기는 인간이 되어간다.
실리를 따져가며 진주 꿰듯 관계를 맺고
위상과 연대 속에서 서로를 빛내줄 관계에 표류한다.
씁쓸하지만, 그 또한
자신을 지키는 방식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다.
혹여 누군가 내 약점을 쥐고
위협하려 든다면 싸우지 않고 멀어진다.
곁을 줄 사람이 아니구나.
내 자리를 찾아가게 한다.
안 좋은 경험은 좋은 교훈이 된다.
불편할 때가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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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리대로 살아간다는 건 참 어렵다.
떠나보냄은 생의 숙명.
비워야 채워지는 삶의 신비.
인연 정리는 그래서 아름답다.
이왕이면 아름답게 이별하고 싶다.
좋았던 시간을 가슴에 담고
(것도 잊히겠지만) 서로를 위해
아름답게 떠나보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