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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 9일차, 못해도 걍해!

by oddmavin project


하체 하는 날.


스쿼트 전, PT 선생님이 허리에 벨트를 채워주셨다. 벨트 안쪽엔 감자떡만 한 동그란 공 같은 볼이 들어 있다. 그걸 허리에 두른 채 호흡을 하면 들숨과 날숨에 자극이 전해진다.


관건은 그 자극점을 느끼며 호흡에 집중하는 것.


“이 자극은 제대로 호흡하고 있는지 알려주면서 허리를 보호해 줘요. “


문득 깨달았다. 내가 두려워하던 자극들.

어쩌면 나를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는지 모르겠구나.


돌이켜보니 내게 온 자극들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아무 말에 휘둘려보니

아무 말에 휘둘리지 않게 되는 줏대와,

아무에게 마음을 줘보니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고

마음을 지키는 강단을 갖게 됐달까.


더불어 “걍(그냥) 해”를 배우고 있다.

덤벨 들고 내려갈 때마다 주저앉을까 봐,

못 올라올까 봐(실제 못 올라옴), 내려가기 싫어서..


“쌤, 어떤 마음으로 내려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한참을 생각한 쌤)

“전 그냥 해요. 무섭고 두려워도 그냥 해요.

주저앉든 깔리든, 위험하지 않다면 그냥 해보는 거예요. 잘하려는 생각 말고 못해도 괜찮으니 그냥 해요.”


마지막 3세트의 시작을 알리는 구령은

“그냥 해!”였다.


강해지는 만큼 나를 지키려는 마음도 강해진다. 자극이 와도 도망치지 않으려 한다. 그 자극점을 감각하고. 느끼며. 샌드백 삼아. 내 방식대로 걍! 삶의 부피를 늘려보기로 한다.


두려울 땐 걍해!

못해도 괜찮아 걍해!

잘하려는 생각 말고 걍해!


걍! 하다 보면 강!해 지것지!

요즘 배우는 마음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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