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픈 곳에서
도망가는 것도 용기다
참고 참다 끝끝내 관계를 박차게 하는 3가지 결정적 순간들이 있다.
말에 칼로 베이는 듯한 아픔을 느낄 때
만나고 나면 기분이 불편할 때
내가 별로인 사람처럼 느껴질 때
모든 건 말에서 비롯되었다. 한 가지 잣대로 사람을 재단하는 시선. 존중 없이 내뱉는 비난과 경멸, 깎아내리는 말들. 무지한 태도로 아무렇지 않게 던진 경솔한 언행들. 나는 더 이상 그런 폭력 앞에 나를 방치하지 않기로 했다.
여러 번의 저항 끝에 깨달았다.
나를 지키는 최선의 처방은
그곳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는 걸.
한 정신과 의사는 말했다.
사람은 건강해질수록
주변을 고르는 데 까다로워진다.
한때 누군가를 가려내는 일에 죄책감을 느꼈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다수의 성의 없는 관계보다 작더라도 진정성 있고 서로를 지지하는 성의 있는 관계가 좋다.
지난날의 시간을 부정당하는 기분, 내가 별로인 사람인가 하는 자책, 추락하는 불안을 겪으며 알게 됐다.
나를 아끼고 걱정하는 사람은
나를 힘든 시간에 두지 않는다.
상처는 불필요한 것들을 걸러내기 위해 인간이 받은 선물이라 했다. 악몽 같던 인연도 완전히 쓸모없진 않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감정의 한계를 알게 하고 다음에 데지 않게 도와준다. 아픔은 오히려 남과 다른 나만의 길을 찾아가는 이정표가 된다.
인생은 짧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미움으로 허비하고 싶지 않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한 번뿐인 오늘을 위해-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 대신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에 집중하며 하루하루 나를 돌보며 살아가고 싶다.
옛날에 한산이 습득에게 물었다.
“세상 사람들이 나를 비방하고 업신여기고 욕하고 비웃고 깔보고 천대하고 미워하고 속이니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요?
습득이 말했다.
“참고 양보하고 내버려 두고 피하고 견디고 공경하고 따지지 않으면, 몇 해 후에는 그들이 그대를 다시 보게 되리라.“
-나를 지켜낸다는 것, 팡차오후이-
부디 우리가 도망쳐온 모든 것에 축복이 있기를.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부박함도 시간이 용서하기를. 결국 우리가 두고 떠날 수밖에 없는 삶의 뒷모습도 많이 누추하지 않기를. (이동진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