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무던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벗의 소천을. 오늘은 그녀가 하늘로 떠난 지 4년이 되는 날이다. 일상을 보내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구름 사이로 빛이 스며 나왔다.
아나의 웃음이구나, 잘 지내고 있구나, 그곳에서.
되레 나를 토닥여주는 듯하다.
천국의 빛이란 이런 모습일까. 신이 계신 곳에서 보내는 빛의 전령. 제4의 세계를 망상한다 한들, 이 장면 하나로 나는 앞으로의 날들을 견디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를 구원해 줄 빛줄기를.
비우면 자연스레 채워지는 것들이 있다. 숨, 자연, 우주. 그래서 나는 비운다. 그리고 기다린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어쩌면 이것뿐일지 모른다. 아나도 오늘 하늘 편지에 ‘그래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보내온 게 아닐까. 비우고 이 순간을 살아가다 보면, 채워지는 건 자연히 이뤄질 테니.
지금 이 순간. 돌아가고 싶어도 다신 돌아올 수 없는 곳. 매 순간이 마지막이다. 내일이면 지금의 나는 없다. 지금이 생애 가장 소중한 이유다. 이보다 절실한 이유가 있을까. 시절 인연이 끝나면 생명은 목숨을 다한다. 아무리 아끼고 사랑해도 어느 날 형체도 없이 사라지는 것. 그것이 자연이고, 삶이며, 우주다. 내가 지금 보고-듣고-느끼고-감각하는 모든 것을 온전히 음미하는 일. 이것이 지금 이 순간, 내가 최선을 다해 해야 할 생의 임무다. 우리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매 순간의 마지막을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