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지는 것들은 살아지게
소설가 J.D. 샐린저나 토머스 핀천 같은
이들은 사라져야 할 때를 잘 알았기에
사람들로부터 광적인 신봉을 받기도 했다.
-권력의 법칙, 로버트 그린-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사라져야 할 때를 아는 것
노을. 해가 뜨거나 질 무렵. 하늘이 햇빛에 물들어 붉게 보이는 노을*이 아름다운 이유는,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같은 하늘이 없듯, 같은 노을은 없으니까. 만약 매일 똑같은 노을을 보게 된다면, 그 노을은 거울에 비친 내 얼굴 같이 질리게 되겠지. 빛나는 사람도 너무 가깝게 지내면 그 빛을 잃기 마련이다. 보고 싶지만 볼 수 없고,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것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존재는 명성을 시들게 하지만, 부재는 명성을 키운다.(발타사르 그라시안)' 나는 사라져야 할 때를 잘 아는 노을을 광적으로 신봉한다. 그래서 노을을 볼 때면 나도 같이 사라지고 싶어 진다. 난, 꽤 매력적인 인간이고 싶으니까.
인생에서 더 중요한 것은
사라지지 말아야 할 때를 아는 것
추석 연휴. 오랜만에 부모님과 공원을 걸었다. 땅만 보면서 부모님 뒤를 종종 따라가다가 문득. 사라져 가는 것을 갈구하는 인생보다, 사라지면 안 되는 이유를 알아가는 인생이 더 살만한 가치가 않다고 생각했다. '인생은 즐거우나 괴로운 것. 하지만 인생이 아름다운 이유는 괴로움 속에서도 싹트는 사랑 때문이다.(김동길 교수)' 부모님은 내가 잘 따라오는지 가던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시거나, 내가 올 때까지 걸음을 멈추고, 기다려 주셨다. 부모님은 노을이 아니었고, 나는 부모님에게 노을일 필요가 없었다. 노을은 사라져 버리지만,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라지면 안 되는 이유를 깨닫는 모든 순간에는 사랑이 있는 것이다.
사라져 가는 나를 사랑하고,
사라지지 말아야 할 나를 사랑하기
내 어깨에 올라타 있는 고민과 미움을 사랑하고, 그 고민과 미움을 내려놓으려는 나를 사랑하고, 실패하거나 좌절한 나를 사랑하고, 실패와 좌절을 딛고 원하는 길을 두려움 없이 걸어갈 수 있게 해주는 다리를 사랑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사랑하고, 용기를 낸 마음을 사랑하고, 길을 걷다 마주친 자연을 사랑하고, 나를 보면서 행복해하는 사람을 사랑하고, 나를 보면서 슬퍼하는 사람을 사랑하고, 사라져 가는 나를 사랑하고, 사라져 가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고, 사라지지 말아야 할 나를 사랑하는 인생은 아름답다. 어떤 처지에서도 사랑하는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
이것이 우주가 전하는 사라지지 말아야 할 이유다
사라지지 말아야 하는 나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
혹자는 말한다. 쉬운 인생은 없다고.
나도 쉬운 인생은 싫다. 살 가치는 있어야 하니까.
만사를 상실과 고통으로 만들며 살 수는 없다.
상실과 고통의 뒷면에 회복과 기쁨이 있으니까.
뭔가를 더 많이 생각하면 그게 나에게 다가온다.
간절히 원하면 불가능은 없는 것이다.
아무리 나쁜 일이라도
좋은 일로 이어질 거란 믿음을 가지고
우주가 나에게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지.
때가 되면 결심이 설 것이다.
분노에 가득 차서 남 탓을 하는 날들을 보내다 보니,
가끔은 모든 상황이 분명해질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는 게 최선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연은 신이 익명을 유지하는 기술이다.
-아인슈타인-
지금은 우연이 아니다. 우주는 우리를 돕고 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최선의 상태인 것이다.
중요한 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서
최선을 다해 간절히 원하는 것이다.
오직 그것만 생각하며.
*네이버 어학사전, 표준어 국어대사전 '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