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픈거 다해보기-힘 빼기
필라테스도 어느덧 6개월째. 가벼운 마음보다 대부분 무거운 마음으로 필라테스를 갈 때가 많다. 편히 쉬고 싶은 마음과 수만 가지 고민들을 짊어진 채, 무거운 마음과 무거운 발걸음으로 필라테스를 하러 간다. 무거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질까 싶어서.
_지난 후회에 가벼운 마음을 갖고 싶다.
날 무겁게 하는 고민의 대부분은 그때 내가 왜 그랬지-다. 친구의 마음을 왜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했지, 면접에서 왜 좀 더 일목요연하게 얘기하지 못했지, 친구의 무시 섞인 말에 왜 올바르게 대처하지 못했지 등등. 후회하는 나를 1초 뒤에 또 후회하고, 후회할 짓인 걸 알면서도 또 후회하고 있는 나를 후회하고.
_힘들 때 드는 힘든 생각이 나를 더 힘들게 하고
필라테스를 하면 평소 내가 어떤 고민에 얽매여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근육을 쥐어 짜내며 고통도 같이 쥐어 짜내게 되니까. 힘든 동작을 할 때면 유독 나를 힘들게 하는 생각이 같이 떠오르곤 한다. 코어에 힘이 들어가야 하는데 마음에 힘이 들어가 버리는 것이다. 필라테스 동작을 할 때는 내가 힘을 줘야 할 부분에 정확히 힘을 줘야 운동도 제대로 되고, 몸에도 무리가 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 힘이 분산돼버리면 엄한 곳에 힘을 주게 된다. 누워서 무릎을 세우고 발바닥 전체의 힘과 복근의 힘으로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가 척추를 분절해서 내리는 동작이 있다. 척추를 늘려줘서 허리가 좋지 않는 나 같은 사람에게 좋은 동작이다. 이런 힘든 동작을 할 때마다 매번 잡념이 생긴다. 힘을 주지 말아야 할 어깨와 가슴에 힘을 주게 되고 결국 균형이 깨져 버린다.
_힘이 들 땐 힘을 제대로 써야 했다.
후우. 호흡을 내뱉으세요! 선생님 말대로 후우- 호흡을 내뱉었다. 한 번 더 후우-배를 더 쪼이고, 더-더-더! 선생님 말대로 후우- 호흡을 내뱉고 배를 더-더-더- 쪼였다. 자-가슴에 힘 빼고! 가슴에 힘을 뺐다. 힘들 때 오직 힘쓸 곳에만 집중을 하니, 잡념이 싹 사라지는 것이다. 어느덧 내 중심에 집중을 하고 있었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은 날 신경도 쓰지 않는데 나혼자 힘들어 해봤자 나만 손해다. 그래 제대로 힘을 내자.
힘을 뺄 곳에는 힘을 빼고
힘을 줄 곳에는 힘을 주고
인생도 마찬가지. 엄한 곳에 힘을 주느라 엄한 인생을 사는 게 아닌지. 정신을 차리고,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무거운 생각을 잠시 꺼두었다. 그러자 내 안의 코어에 불끈 힘을 들어갔다. 그리고 해냈다는 성취감과 함께 더 나은 내가 되어 있었다.
_인생은 역시 힘 빼기
어쩌면 지금 마음에 든 고민은 애초에 없는 건지 모른다. 모든 건 생각이 만들어 낸 허상에 불과할 뿐. 없기 때문에 있지 않는 건데, 없는 걸 있으려고 하니 고되고 힘들 수밖에. 필라테스를 하면서 인생을 배운다. 인생은 역시 힘 빼기의 기술 같은 것을.
내일은 좀 더 내려놓을 수 있기를.
아니다. 이런 마음도 내려놓자.
아니다. 이것도.
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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