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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ddmavin project Oct 11. 2021

나는 누구를 위해 숨을 쉬는가?

하고픈거 다해보기-오직 나를 위해 숨쉬기

나는 누구를 위해 숨을 쉬고 있을까?
나를 위해 숨 쉬고 있는가?

나의 숨은 오직 나를 위해 쉬어야 한다.

날 힘들게 하는 것들을 생각하느라

거친 숨을 몰아 쉬면서까지

나를 힘들게 하지 말아야 한다.


날 힘들게 하는 것들을 내 숨 안에 담으려고

숨 고르기를 하던 걸 멈춰야 한다.

오롯이 나를 위해 숨을 고르고

나를 위한 숨을 쉬어야 한다.


1분 1초도 품어 낼 가치 없는 것들을 위해

내 소중한 숨을 허비하지 말아야지.


한 숨. 이 한 숨을 위해 애쓰는 수많은 수고가

아무것도 아닌 것들 때문에

아무것도 아닌 숨이 되도록

결코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김치 담그는 날. 엄마를 도와드리기 위해 곁을 알짱거렸다. 무를 썰고, 깍두기를 담고, 파를 썰고, 소를 만들고, 다대기 간을 보고, 엄마가 절여놓은 배춧잎 틈새에 소와 다대기를 버무렸다. 몸을 움직이면서 떠오르는 잡생각에 숨이 턱 막혔다. 갑자기 날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연대별로 떠오른 것이다. 내가 왜 그들을 생각하면서 나를 힘들게 하고 있지? 머리가 아프고 숨이 차 올랐다. 이럴 필요까지 전혀 없는데.


헥헥.

등산을 한 것도 아닌데 숨이 찼다.


동작 그만.

숨을 쉬기 위해 숨을 고르고,

다시 숨을 쉬었다.


오늘부로 확실해진 거다. 그들은 날 지키기는커녕 날 힘들게 하고, 날 위협하는 존재라는 사실이. 김치를 담다 내 숨을 담아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지금까지 날 힘들게 하고 날 위협하는 것들로부터 나를 지키지 못했다. 답이 없는 그들을 생각하느라 가슴이 답답해질 때까지 나를 방치했었다.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내게 필요한 건 오직 나를 위해, 나만을 위한 숨쉬기였음을. 그동안 내 숨을 뺏어가는 이들을 떠나보내야 하는데, 계속 품고 있었다는 것을.


인생은 좋은 사람을 붙잡지 못하는 것보다
보내야 할 사람을 '제때' 보내지 못할 때
더 크게 훼손되는 법이다.

-이제껏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정신분석 전문의 성유미-


이제 내 숨 안에 그들이 들어 올 자리는 없다.

그들 때문에 내 숨을 멎게 할 순 없다. 더 이상.


내가 나를 사랑하며 숨 쉬는 것 만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가슴에 품고 숨 쉬는 것.


엄마와 김치를 담그며, 설탕을 조금 더 넣었다고 맛이 확 좋아진 다대기에 깔깔 기뻐할 숨, 양념을 너무 많이 묻혔다고 좀 덜어내라는 엄마의 핀잔에 뾰루튱해질 숨, 깍두기를 다 담고 뚜껑을 덮으며 온 가족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상상할 숨, 김치를 다 담고 소파에 앉아 찐 밤을 티스푼으로 파드 시면서 맛있다며 발을 동동거리는 엄마를 바라볼 숨, 곧 저녁 먹을 시간인데 밤을 다섯 개나 드시는 엄마한테 그만 먹으라고 잔소리할 숨, 유독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빨래가 다 된 단전호흡 복을 보며 옛일을 얘기하는 엄마의 말동무가 되어드릴 숨, 보쌈을 먹으려고 수육용 목살과 월계수 잎을 사 오신 아빠의 신난 발걸음에 귀 기울일 숨, 아빠와 엄마에게 술 한잔 따라드릴 숨, 오징어 게임 드라마 설명은 듣는 둥 마는 둥 내 국이 식는데만 관심인 엄마에게 건네는 한 숨, 나랑 아빠한테 뜨거운 수육을 먹이려고 맨손 투혼으로 후다닥 식탁에 나르는 엄마에게 조심하라고 할 숨, 엄마의 손이 데었을까 뒤늦게야 걱정하는 후회의 숨. 내가 쉴 숨의 형태는 이런 것이어야 한다.


나를 위한 숨이 나를 숨 쉬게 한다.


김치를 담다 내 숨을 담다 (feat. 엄마의 수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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