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가 되기로 했다.
#1.
돌돌 풀리지 않는 마리들이
켜켜이 쌓이고. 쌓여. 산맥이 됐다.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봤으니
나머지는 하늘에 맡겨본다.
#2.
잘 풀리지 않을 땐
잘 풀리는 것에 알량한 마음과
잘량한 몸을 내어본다.
나도. 언젠간. 술술. 풀리겠지.
#3.
더럽혀지고, 구겨지고, 버려지고,
닳아 없어질 일만 남았는데도
늘 걱정을 닦아주네.
휴지의 마음은 바다처럼 넓구나.
내 마음도 휴지 같았으면...
#4.
혼자라고 느껴질 땐,
어디선가 날 지켜주는 존재가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든든해진다.
어떤 계기로든 찬찬히
생각을 가다듬어 보면
날 지켜주던 존재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술술 잘 풀리기를
바라는 그 마음이
늘 언제나 곁에서.
휴지 네가 술술 잘 풀리는 덴,
이유가 있었구나-
이제 내가 그 마음이고 싶다.
휴지가 되고 싶다.
아니. 휴지가 될 테다. 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