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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ddmavin project Nov 09. 2022

잘 풀리고 싶어서

휴지가 되기로 했다.

#1.

돌돌 풀리지 않는 마리들이

켜켜이 쌓이고. 쌓여. 산맥이 됐다.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봤으니

나머지는 하늘에 맡겨본다.


#2.

잘 풀리지 않을 땐

잘 풀리는 것에 알량한 마음과

잘량한 몸을 내어본다.

나도. 언젠간. 술술. 풀리겠지.


#3.

더럽혀지고, 구겨지고, 버려지고,

닳아 없어질 일만 남았는데도

늘 걱정을 닦아주네.

휴지의 마음은 바다처럼 넓구나.

내 마음도 휴지 같았으면...


#4.

혼자라고 느껴질 땐,

어디선가 날 지켜주는 존재가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든든해진다.


어떤 계기로든 찬찬히

생각을 가다듬어 보면

날 지켜주던 존재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술술 잘 풀리기를

바라는 그 마음이

늘 언제나 곁에서.


휴지 네가 술술 잘 풀리는 덴,

이유가 있었구나-

이제 내가 그 마음이고 싶다.

휴지가 되고 싶다.

아니. 휴지가 될 테다. 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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