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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괴짜시인 Oct 05. 2017

camino #4

Puente la Reina

날씨 화창.

무릎도 화창.


대도시인 팜플로냐를 빠져나와

용서의 언덕까지 약간의 오르막이 있긴했지만 깔딱거릴 만큼은 아니라 그리 힘들진 않았다.

용서의 언덕에서 난 무엇을 용서해야하나 고민했지만. 글쎄 몇일 사이 내 안의 미움이 사라졌을까. 혹은 내게 용서할 자격 같은게 없어서일까. 없다. 난 용서할게 없다.


몇일전 새벽 숲길에서 어둠이 두려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두려움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웃기게도 그때 난 소복입은 귀신은 상상할 수 없었다.

언덕을 내려와 작은 마을들 몇개를 지나는 동안 무릎이 어제보다 덜 고통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적응기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는 마을 초입의 Jakue 알베르게.

3시쯤 도착해서 맥주 한잔.

생장부터 같은 길을 걸어왔던 한국인들이 오늘은 추석을 맞아 함께 저녁을 하기로 했다. 90년대를 추억하는 중년 3인과 20대 3인 그리고 낀세대 1인. 보너스로 일본 아저씨 1인. 요리 잘하는 20대 친구들 덕에 여행 시작한 후 처음으로 푸짐한 만찬을 즐겼다.

90년대를 추억하는 나를 포함한 셋은 다른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나름 다른 관점의 얘기들을 주고 받을 수 있어서 신선했다. 아. 일본 아저씨에 이어 독일 가족들도 합석해서 묘한 만찬이 됐다. 여행의 의외성이 주는 재미란 참 ㅎㅎ


내일은 오늘보다 평이한 길이라니 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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