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 대기를 걸어두었던 어린이 집에서 중간 입소자리가 났다는 연락을 받고 계획했던 거보다 6개월 정도 일찍 아이를 어린이 집에 보내게 되었다.
보통의 아이들이 어린이 집에 처음 들어가게 되면 1년 정도는 면역력을 기르기 위한 관문을 거쳐야 한다.
1년 정도는 계속해서 병치레를 하고 심하면 입원까지 가는 경우도 꽤 있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었는데 우리 아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감기에 걸렸고 열도 자주 나고 자주 아팠다.
정말이지 입소하고 1년이 다되어 갈 무렵에서야 아이의 잦은 병치레가 많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아이가 4살 때는 아이의 면역력과 아픈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고, 약을 먹이고, 간호하는데 많은 신경을 썼고, 아픈 게 심해져서 입원까지는 가지 않았으면 해서 아이가 열이 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무리해서 어린이 집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가정 보육을 하며 푹 쉬게 해 주었다.
그래서인지아이는 자주 아프기는 했지만 회복 속도가빨랐고,다행히 입원까지는가지 않았다.
내가 직장에 다녔다면 아이가 아플 때마다 가정 보육을하기란 어려웠으리라.
주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아이가 어린이 집에 가면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는 좀 다르다는 피드백을 빨리 받게 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피드백이 없어서 답답한 마음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어쩌면 우리 아이가 자폐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안도감이 들어서마음이 놓였던 것도 사실이다.
집에서 어린이집까지 거리가 가까워서 도보로 등하원을 시키다 보니 담임 선생님 얼굴을 종종 뵐 수가 있어서 따로 상담 신청을 하지 않아도 우리 아이의 어린이 집 생활에 대해 한 번씩 물어볼 수 있었다.
아이는 어린이 집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때를 쓰거나 과격하게 행동을 하거나 친구를 밀거나 때리거나 물거나 꼬집거나 할퀴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아서 담임 선생님께서는 아이를 조용하고 순한 아이라고 표현하셨다. 그러면서 편식은 좀 있지만 그 나이 때는 그럴 수 있고, 친구들이랑 어울려 놀기보다는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관찰하는 편이고, 혼자서 조용히 노는 걸 좋아하며 말을 잘하고 한글과 숫자, 알파벳 등을 읽고 시계도 어느 정도 볼 줄 아는 똑똑한 아이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편식과 혼자서 노는 것에 대해 걱정을 표현하자 담임 선생님께서는 어린이 집에서 다양한 식단을 접하다 보면 아이들이 점점 골고루 먹게 되는 경우가 많고, 4세 때는 또래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친구들과 적극적으로 놀이를 같이 하는 시기라기보다는 같은 공간에는 있지만 놀이를 할 때는 각자 혼자서 노는 시간이 더 많은 시기라고 하셨다.
아이가 타고난 기질이나 성격이 조심성이 많고,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며, 내향적이라서 그럴 수도 있다며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내가 상담을 할 때마다 걱정을 하니 선생님도 아이를 키우면서 또래에 비해 잘 안되거나 느린 부분이 있을 때 걱정이 되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니까 때가 되면 다 해내고,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기 때문에 어느 날부터인가 이전에는 잘 못하던 것을 곧 잘 해내거나 처음에는 다른 친구들보다 느렸던 부분이 나중에는 오히려 다른 친구들보다 훨씬 더 잘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아이들마다 성장 속도가 다 다르니 아직은 좀 더 지켜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셔서 내 마음을 안심시켜 주시는 선생님께 감사하기도 하면서 자꾸 귀찮게 해 드리는 거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는 등원 거부 없이 어린이 집을 잘 다녔고, 담임 선생님을 좋아했다. 그리고 담임선생님께서도 내가 묻지 않으면 아이의 어린이집 생활에 대해 특별히 먼저 피드백을 주시지 않으셨기 때문에 어쩌면 아이가 자폐가 아닐지도 모른다는생각이 들어서 그동안 아이를 자폐로 바라보았던 것에 대해 아이와 신랑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 2학기 때 학부모 참여 수업이 있어서 참여하게 되었는데 아이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와서 플레이콘(물로 붙이는 수수깡)이라는 재료를 벽에 붙어있는 그림 안에 붙이는 시간이 있었는데 다른 아이들은 플레이콘은 곧 잘 붙이는데 우리 아이만 붙이지 못하고 플레이콘이 자꾸만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은 선생님의 지시대로 그림 안에 플레이콘을 붙이는데 우리 아이만 그림 밖에 붙이는 것이아닌가.
아이는 여러 번 시도했지만 결국 하나도 붙이지 못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그렇다. 자폐 아동 중에는 지시수행이 잘 안 되고 소근육과 대근육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 아이 역시 그러했다.
그다음은 신나는 노래를 들으면서 엄마랑 아이가 풍선공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시간이었는데 아이는 내가 주는 풍선 공을 잡지 못하고 자꾸만 떨구었다.
아이는 한 번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고 공놀이 시간도 그렇게 끝이 났다.
그때부터 한 두 걸음 물러나있던 쌔~함의 파도가 다시금 나에게 밀려들기 시작했다.
다음은 학부모 참여 수업을 위해 몇 주 전부터 선생님과 아이들이 준비한 율동과 노래를선보이는 시간이었는데 우리 아이는 박자를 많이 놓치거나 좌우를 헷갈려하거나 율동과 노래를 따라 하기는 하지만 매우어설퍼보였다.
또 같은 반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00아~ㅁㅁ아~." 하며 서로의 이름을 부르거나 같이 장난을 치거나 포옹을 하는 등 친함을 표현하는 말과 행동을 하는데 우리 아이는 친구들이 이름을 불러도 무심하게반응하거나 대답이나 반응이 없어서 민망해진 나는 아이를 대신해 아이 친구들의 인사와 말을 받아주었다.
아이는 친구들한테 관심이 없는 거처럼 보였고, 친구들과 같이 놀지 않고 엄마인 내 옆에만 붙어있었다. 수업에도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렇게 참여 수업이 끝나고 학부모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다른 아이들은 자기 반으로 돌아가기 위해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한 줄 기차로 줄을 서서 반으로 들어가는데 우리 아이만 참여수업 교실에 남아서 나를 따라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그런 아이를 친구들 무리 속으로 다시 돌려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 발걸음과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어린이 집에서 본 우리 아이는 어린이집 생활이 즐겁지 않아 보였고, 그 공간에 있는 것이 불편해 보였다.
집에서는 외동이라 비교 대상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같은 또래들 사이에서 우리 아이를 보니 단체 속에 있을 때 다름이 더 잘 드러나고, 두드러져 보였다.
그날부터 집으로 돌아와서 엄마표 소근육, 대근육 놀이에 돌입했고, 두 달 뒤쯤 이번에는 어린이 집에서 가족 체육대회를 한다고 해서 신랑과 함께 참여를 하게 되었는데 그날은 아이의 지시수행이나 소근육, 대근육 문제 외에 집에서는 알 수 없었던 또 다른 '다름'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