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복용하자

일일결심‬ 20160129

by 명랑달빛

시를 복용하자.

일주일 중 유일하게 저녁 일정이 없는 날. 오랜만에 퇴근 후 한가롭게 스벅에 들러 책을 읽으려고 이성복 <극지의 시>를 챙겨놓았다. 그런데 오후부터 몸 상태가 급격하게 안 좋아졌다. 결국 며칠 전의 결심 '몸의 말을 잘 듣자'를 실천하기 위해 바로 귀가하기로 했다. 버스에서 책을 읽기도 피곤하여 지난 주일 청파교회 설교를 들었다. 목사님은 설교 때 종종 시를 소개하는데 오늘은 목사님이 좋아하시는 잘랄루딘 루미의 시 '여인숙'을 소개하셨다. 시를 들으니 참 좋았다.


생각해 보니, 언어가 가난해졌을 때... 성찰이 말을 따라가지 못 할 때 가만히 시를 읽으면 도움이 되곤 했다. 어쩌면 시는 정신의 처방전 같다. 그리하여 나는, 시를 읽는다...라고 쓰지 않고 복용하다...라고 쓴다. (겁나 허세 돋네) 어쨌든, 집으로 돌아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합인 누룽지+김치볶음을 쓱싹 비우고 뜨거운 물에 샤워를 했다.



여인숙 -잘랄루딘 루미

인간이란 존재는 여인숙과 같아서
아침마다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우울, 야비함,
그리고 어떤 찰나의 깨달음이
예기치 않는 손님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잘 대접하라.
설령 그들이 그대의 집 안을
가구 하나 남김없이 난폭하게 휩쓸어가 버리는
한 무리의 아픔일지라도.

그럴지라도 손님 한 분 한 분을 정성껏 모셔라.
그는 어떤 새로운 기쁨을 위해
그대의 내면을 깨끗이 비우는 중일지도 모르니.

어두운 생각, 부끄러움, 미움,
그 모두를 문 앞에서 웃음으로 맞아
안으로 모셔 들여라.

어떤 손님이 찾아오든 늘 감사하라.
그 모두는 그대를 인도하러
저 너머에서 보낸 분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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