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도록 많이 안아주고 손을 잡자

일일결심‬ 20160212

by 명랑달빛

되도록 많이 안아주고 손을 잡자.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사무실 근처 단골 편의점인 GS25에 들른다. 문을 열면 '찌리링' 소리가 나고 어디선가 "어서 오세요" 하는 음성이 들린다. 내가 들르는 시간인 오전에 늘 만나는 알바 청년 목소리다. 이십 대 초반쯤 되는 아가씨인데 부지런하여 늘 뭔가를 정리하는 등의 일을 하고 있다가 나를 맞이한다. 자주 본 얼굴이라 이제는 제법 익숙해져서 내가 뭘 집으면 미리 바코드를 찍어놓고 기다리기도 하고, 야채 호빵을 좋아하는 내 취향도 기억하고 있다가 야채 호빵이 있는지, 없는지 잽싸게 알려주기도 한다.

"포인트 카드 있으세요?"
"아니오"
"봉지에 담아드릴까요?"
"그냥 주세요"

오고 가는 대화는 단조롭지만 이제는 눈을 마주치며 인사하는 정도는 되었다. 일주일에 두세 번이지만 5분 남짓 머무르는 곳이니 그래 봤자 '타인'에 가깝지만 나는 그녀가 참 좋다. 그녀를 응원하고 싶어 진다.

어제도 편의점에 들렀다. 눈을 마주치며 물건을 주고받다가 문득 그녀의 손을 보고 놀랐다. 165cm쯤 되는 날씬한 몸에 비에 손마디는 매우 굵고 거칠어 보였다. 한눈에 봐도 치열하게 살아왔을 손이었다. 어른이 봤으면 "아이고~ 고생을 많이 한 손이구먼~" 안쓰러워했을 손이었다.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쳤다. 이 어린 아가씨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다가 하마터면 그 손을 덥석 잡을 뻔했다.

돌이켜 생각하니 나는 지금보다 자주 동생들을 안아주고 손을 잡아주었던 것 같다. 그땐 그냥 내 마음이 그랬다. 한 번이라도 더 궁디 팡팡해주고 쓰다듬쓰다듬 해주면 오히려 내가 위로받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함부로 마음도, 손도 내밀지 않는다. 어쩌다 보니 팍팍하게 마른 카스텔라처럼 늙어가는 것 같다.

편의점 아가씨의 손을 보며, 그 손으로 편의점도 지키고 제 삶도 지켜내는 대견한 모습을 보며, 나는 한 번이라도 더 안아주고 손을 잡아주는 언니가 되어야지 생각했더랬다. 이런 거라도 해야 덜 미안하겠다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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