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결심 20160229
잘 지내보자, 3월.
저녁 약속이 취소되어 일찍 집에 왔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며칠 전에 다이소에서 샀던 보풀제거기에 건전지를 끼워 밀린(?) 보풀들을 제거했다. 윙- 헛돌다가 보풀이 걸리면 타다닥, 소리 내는 것이 귀여웠다. 작은 통에 보풀이 쌓이니 왠지 모를 쾌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겨울 내내 달고 다녔던 보풀들을 제거하니 어쩐지 봄이 가까이 온 것 같기도 하다. ㅋㅋㅋ
일 년 중 좋아하는 계절을 순서대로 나열한다면 가을-겨울-봄-여름이다. 가장 좋아하는 달은 10-11월이다. 가장 싫어하는 달은 3월, 내일부터 시작될 3월이다. 특히 겨울과 봄 사이를 가장 싫어한다.
내성적이고 낯가림이 있었던 나에게 3월이란 1년 동안 새록새록 정들었던 친구들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 힘겹게 적응해야 하고 친구들을 다시 사귀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매일 낯선 책상에 홀로 앉아 견뎠던 어색함과 외로움이 너무 싫었다. 3월은 결혼을 약속했던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짝꿍 조길상과 다른 반이 되었다는 뜻이었으며 내 유년의 추억이 담긴 학교를 떠나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야 했던 계절이기도 했다.
알레르기 피부인 나에게 3월은 눈물과 가려움증을 동반하고 찾아온다. 벌써 며칠 전부터 눈가에 눈곱처럼 뭐가 끼고 실연당한 사람 마냥 눈물을 질질 흘리고 다닌다. 겨울 내내 애써 외면했던 살들도 나를 한없이 초조하게 만든다. "그동안 용케도 나를 숨겼겠다?!" 살의 역습이 시작되려 한다. 젠장.
사람들이 3월을 노래하고, 따뜻하게 기억하는 것이 나는 못마땅하다. 나의 경우, 햇살에 속아 옷을 얇게 입고 나갔다가 바람에 배신당해 오들 오들 떨었던 기억밖에 없는데 말이다. 나에게는 낯설고, 차갑고, 변덕스럽고, 불친절했던 달인데 말이다. 좌우지간 나는, 3월이 싫다. 그 따뜻한 풍경에 스민 은근한 차가움이 나를 불안하게 한다. 그러므로 나는 늘 3월에 마음을 주지 않겠노라 다짐하곤 하지만 매번 실패한다.
신나게 보풀을 제거하다 보니 새삼, 나의 3월도 쓸데없이 지저분한 감정들이 제거되어 이렇게 깔끔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웅크린 마음을 비집고 기어이, 따뜻한 햇살이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두려워하느라 그 눈부신 시간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까다롭게 곁을 내주지도 않고 훌쩍 지나가겠지만 지내보자,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