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꽃을 사자

일일결심‬ 20160103

by 명랑달빛

자주 꽃을 사자.


"아가씨 방에 향기가 없네" 며칠 전 엄마가 내 방을 둘러보며 말했다. 방이야 깔끔하고 편하면 되지. 향기가 왜 필요해, 라고 시큰둥하게 반응했지만 내내 그 말이 남아서 집에 오는 길에 향기 좋은 디퓨저를 샀다. 방 입구에 그것을 놓으며 생각했다. 오늘은 비록 인공 향기를 샀지만 봄이 오면 꽃을 사야지.

사실... 꽃사는 걸 아까워했다. 먹지도 못하고, 실용적이지도 않은 걸 왜들 주고 받나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문득, 향기없이 건조하게 시들어가는 나를 발견했다. 빛나던 용기는 간데 없고 표정을 지우고 쪼그라드는 나를 보았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꼬박 15년 간사로 살았더니 어느 순간, 내 성별은 그냥 간사가 된 것 같다. 예뻤을 순간도 나는 '워커홀릭' 소리를 들으며 나를 채근하며 그렇게 나의 성별을 지워갔다. 향기도 없이 시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그 시절들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어쩐지 나에게 미안해졌다.


나에게도 예쁜 꽃같던 순간들이 있었을까? 아마 있었을테지. 시들어간다는 건, 그 꽃같던 순간들을 하나씩 기억에서 지워가는 과정일 것이다. 꽃을 산다는 건, 그런 과정을 다시 꽃으로 데려다 놓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아, 꽃이란 지금 나에게 가장 실용적인 선물이구나.

꽃을 사야지. 자주 사서 나에게, 다른 이에게 선물해야지. 내 삶에 향기가 돌게 해야지. 이것은 그 무엇도 아닌 단지 나로 살아가고 싶다는 때늦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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