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결심 20160112
매일 읽고 쓰자.
어릴 때 동네 입구에 펌프가 있었다. 작은 구멍에 물을 약간 넣고 펌프질을 하면 코끼리 코 같은 주둥이에서 물이 콸콸 나왔다. 그게 너무 신기해서 작은 바가지로 물을 넣고 빼며 물장난을 하며 놀았더랬다. 필요한 물을 얻기 위해 반드시 먼저 물을 넣어야 하는데 그 물을 '마중물'이라 한다 했다. 이름이 참 착하기도 하지.
낼모레로 다가온 원고 마감을 지키기 위해 퇴근 후 스타벅스로 출근하여 글을 썼다. 분주한 연말과 홍콩 출장을 통과한 직후여서인지 글이 쉽게 써지지 않았다. 마치 마중물 없이 펌프질하는 것처럼 고되고 헛되었다. 결국 코끼리 머리에 쥐 다리, 물고기 꼬리를 합친 생명체 같은 이상한 글을 끄적이다 버스에 올랐다.
핸드폰이 일시 정지되었으므로 버스에서 딱히 할 일이 없어 책을 읽었다. 책을 읽으니 알겠다. 책을 읽지 않으면 언어가 가난해지고, 글을 쓰지 않으면 언어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구나. 그래서 책 읽기와 글쓰기는 다정한 벗이어야 하는구나.
책을 읽다 음악을 들으며 창밖 세상을 보니 아까 내내 쓰던 글이 아닌 다른 글이 생각났다. 아까 쓰던 글이랑 읽은 문장들이 마중물이 되었나 보다. 아까보다는 덜 헤매며 글을 쓸 수 있겠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정신없이 새해를 맞이하느라 놓쳤던 글에 대한 감각을 다시 다듬어야겠다. 매일 조금이라도 책을 읽고 글을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