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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모레비 Mar 30. 2020

시소의 불균형 : 조직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

균형감이 유지돼야 성과가 나온다.

 



 어느 날 조카와 함께 놀이터에 갔다가 유독 깔깔거리며 시소를 타는 아이들에게 시선이 머물렀다. 코흘리개 어린 시절에도 즐겨 타던 시소가 어른이 되어 다시 찾은 그 순간에도 여전히 그 자리를 우두커니 지키고 있었다. 시소가 아이들에게 또 어른들에게 여전히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시소에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한 가지 핵심 요소가 있다. 바로 파트너와의 균형감이다. 시소의 양 끝에 앉은 둘 중 한 명이 압도적으로 무거우면 시소 놀이는 불가능하다. 함께 그 순간을 즐기기 위해 서로 무게 균형을 맞춰야만 위아래로 번갈아 움직이며 비로소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내가 상대방보다 무겁다면 조금 앞으로 가고, 내가 가볍다면 최대한 뒤로 가면서 상대방의 배려를 받는다. 즉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즐거움을 위해 기꺼이 서로의 위치를 이동해가며 게임을 즐긴다. 시소의 속성이 그렇다. 만약 몸이 무거운 친구가 반대편에 있는 친구를 골려주려는 의도로 짓궂게 힘을 세게 준다거나 먼저 자리를 이동해주지 않는다면? 그 친구와는 어느 누구도 시소를 타지 않을 것이다.


 회사에서 업무를 함께 하는 리더와 팀원의 관계도 시소 놀이와 비슷한 속성이 있다. 리더와 구성원은 각자 시소 위에 앉는다. 놀이터에서 즐기던 시소와 다르게 회사에서 올라탄 시소는 대개 재미가 없다. 균형감이 자주 무너지기 때문이다. 같은 업무 시간을 들여 비슷한 노력을 하더라도 어떤 리더와 팀원의 관계에서는 시간이 낭비되고 성과가 저하된다. 바로 각자 다른 관점과 생각 즉 사고방식을 존중하지 않은 불균형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로의 위치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균형감을 맞춰나가는 것이 시소놀이의 성공을 가르는 중요한 전제조건이 된다.


 직책자와의 신뢰 관계 구축을 위해 또 후배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우리가 먼저 해야 할 행동은 무엇일까? 바로 그들의 무게와 앉은 위치를 파악하려는 노력과 조금 먼저 이동해주는 배려다. 조직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없애고, 즐거운 시소놀이를 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관점과 생각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방의 무게를 고려하지 않은 채 최초에 앉은 그 자리만 지키고 앉아 있다면? 시소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팀워크와 구성원간의 시너지도 서서히 녹슬며 제자리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Timing beats speed

Precision beats power

  



UFC(이종격투기) 선수 코너 맥그리거


타이밍이 스피드를
정확성이 파워를 압도한다.


 사원 3년 차쯤이었을까? 성과 목표를 수립하고, 평가받는 과정을 거치며 업무 사이클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자 자꾸 개선점이 눈에 보이고, 그동안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행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커져만 갔다. 물론 이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회사에서 나의 존재가치를 증명해보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풋내기 회사원에게 회사일이란 그리 녹록지 않았다. 목표의식을 갖고 의욕적으로 업무에 임했지만 공들인 만큼 성과가 따라오지 않았던 것이다. 며칠간 준비한 기획서가 팀장님 보고 후 이면지로 변신하는데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고,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날 선 피드백에 이 악물고 내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통계적 수치와 연구 결과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들고 가면 "다 좋은데, 너무 아카데믹하다..?"라는 피드백을 듣기 일쑤였다.

 

 결국 리더가 원하는 방향과 타이밍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않은 채 무작정 덤비다가 "그래서 도대체 뭘 하자는 건데? 핵심이 없잖아"라는 말을 듣고 여러 번 넉다운을 당했다. 속이 상했지만 그렇다고 직책자에게 "그래서 구체적으로 뭘 원하시는 건데요?"라고 눈을 커다랗게 뜨고 반문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한때 유명한 래퍼 한분이 헬스장에서 데드리프트(바벨을 이용한 전신 운동)를 하는 장면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그는 지면에 놓인 190kg에 육박하는 바벨을 무릎을 전혀 구부리지 않은 채 오로지 허리 힘만으로 들고 있었다. 네티즌들은 이를 보고 경악했다. 이럴 바에야 운동을 안 하는 게 낫다며 힘이 잔뜩 들어간 그의 모습을 걱정했다.




 불도저처럼 덤비는 초보자들을 바라보는 베테랑들의 마음은 모두 비슷한 것일까? 그들은 보통 넘치는 의욕으로 잔뜩 힘이 들어간 채로 사정없이 펀치를 휘두르며 덤비는 초보자를 보며 이렇게 조언한다.


“에이. 힘이 너무 들어가 있어. 힘 빼고 다시. 자연스럽게 다시 해봅시다.”


 빠르고 힘이 좋으면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 같은 사각의 링 위에서도 자신의 작은 체구와 스피드를 활용한 아웃복서가 거구의 파이터를 KO로 쓰러트린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이 법칙은 통용된다. 회사의 일이란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하는 것이고, 이 세상에 문제를 해결하는 단 하나의 정답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혼자만 앞서 나가며 재주를 부린다고 항상 성과가 따라오지 않는다.


 너무 올곧은 나무는 세찬 바람에 부러지기 쉽고, 쉬이 흔들릴 줄 아는 대나무는 거센 폭풍우 앞에서도 쓰러지지 않는 법이다. 업무에서도 대나무와 같은 유연함이 필요하다. 디테일을 원하는 직책자에게는 철저한 근거 데이터와 이해관계자의 니즈를 세심하게 파악한 기획서를 준비하고, 빠른 결과를 요구하는 의사결정권자 앞에서는 업무 추진에 방해가 될만한 요소들을 미리 찾아 제거하고, 납기와 중간보고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이다. 결국 사각의 링 위에서 힘을 빼고, 고객이 원하는 핵심을 파악해 시의 적절한 타이밍에 맞춤형 전술을 들고 가야 승리할 수 있다.


 이처럼 노력이라는 재료를 성과로 변환해내는 업무의 연금술은 시기적절한 타이밍과 의사결정권자의 성향에 맞는 맞춤형 전술이 핵심이다. 물론 언제나 운이란 요소가 작용하는 영역이기에 노력의 크기와 성과의 크기가 항상 비례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꾸준히 시도해 보는 끈기는 기본이다.







 나는 어떤 업무 스타일을 갖고 있는가? 그리고 상대방은 주로 나와 업무를 할 때 무엇을 강조하고, 자주 물어오는가? 평소에 이를 머릿속에 그리며 업무를 진행하는 것은 일이 진행되는 속도와 성과에서 현격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회사에서 대개 업무 방향 설정과 추진 속도는 의사결정권자에게 달려있다. 시소 놀이의 주도권을 직책자가 쥐고 있는 상황에서 자주 시소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면? 내가 먼저 상대방의 위치를 확인앉아있는 자리를 이동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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