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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모레비 May 04. 2020

호구와 호인의 한 끗 차이

직장에서 똑똑하게 착한 사람 되기




사람이 떠나가네 : 호구와 호인의 한 끗 차이


 “아휴..꼭 좋은 사람들만 먼저 떠난다니까! 아쉬워서 어떡해.”


 사회생활을 한 지 4개월도 채 안돼서 잘 따르던 한 선배가 퇴사한다는 소식을 갑작스레 듣게 됐다. 좋은 사람들만 먼저 떠난다는 말은 회사에서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자주 듣게 되는 말 중 하나다. 선배의 송별회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은 동료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하나같이 비슷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


 맞다. 선배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다른 팀원들의 일도 자신의 일처럼 열과 성을 다해 도왔고, 어느 회의에 참석하더라도 깊게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냈다. 그런데 그런 선배가 갑작스레 퇴사를 한단다. 배울 것도 많은 좋은 선배였는데 왜 오래도록 함께 하지 못했던 것일까? 선배의 퇴사 후에 아쉬운 마음의 여운이 꽤 길게 남았다. 조직 차원에서도 훌륭한 인재를 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했다.


 사실 선배는 일을 잘하는 만큼 자신에게 쌓여만 가는 업무 부담에 힘겨워한지 꽤나 시간이 지났다. 선배와 가까운 동기들은 그런 선배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대로 업무를 몰아준 팀장님을 실무를 모르니 제대로 업무 분배조차 못한다며 속시원히 욕하기도 했다. 선배는 팀에서 항상 사람 좋은 웃음으로 ‘네 물론이죠~’라며 Yes맨의 역할을 했고, 팀장님은 그런 선배를 ‘믿을맨’으로 생각하며 의지했다.


 뭐 도와드릴 거 없냐는 후배들의 질문에도 “먼저 가~괜찮아! :)”라고 사람 좋게 웃던 선배는 이미 피로가 쌓일 대로 쌓여 무기력해지고 있었다. 어느 순간 선배를 위로하고 다독이던 “수고했다.”, “역시 박과장이야.”와 같은 달콤한 한마디 말도 약효가 떨어진듯했다.


 스트레스 관리는 압력밥솥의 원리와 같다고 한다. 적당한 압력은 좋은 밥을 짓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압력에 따라 발생하는 김을 주기적으로 빼주지 않으면 제 아무리 훌륭한 압력밥솥도 일순간 터져버리고 마는 것이다. 선배 역시 맛 좋은 밥을 짓기 위해 밥을 짓는 내내 자신의 마음속에 꽉 찬 성난 김을 적절히 빼냈어야만 했다.



호구에도 유형이 있다.


 회사에서 만나는 여러 사람들을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는 호사분면이 있다. 바로 착하거나 못됐거나, 일을 잘하거나 못하거나를 기준으로 호구, 호인, 호랭이, 호로XX로 구분한다. 여기서 착한 사람은 일을 잘하면 호인, 일을 못하면 호구라 부른다. 내 기준에 그 선배는 일도 잘하고 착한 호인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회사생활을 거듭하다 보니 성격 좋고 일머리가 좋은 호인도 긴장을 늦추지 말고,  가지 구분해야  것이 있었다. 바로 남을 위한 일만큼이나 나를 위한 일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이다. 이것이 호구와 호인을 구분하는  끗의 차이다. 이를 구분하지 못할  호인은 순식간에 호구가 된다. 냉정히 말하자면  좋은 일만 하는 사람은 자신의 일로써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저성과자로 여겨질 뿐이다. 결과론적으로 봤을  나를 위한 성과가 아닌 남을 위한 성과였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서포터 유형의 팀원들은 단위 조직의 규모가 클수록 여러 사람의 틈바구니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 높은 고과를 받고, 인정받기가 어렵다. 이들의 주변 사람들은 항상 그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실제로도 그들은 조직의 윤활유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허나 안타까운 사실은 성과를 인정할때 만큼은 그들이 우선순위는 아니라는 점이다. 마치, 프로축구의 세계에서 아무리 뛰어난 성적을 거둔 수비수나 골키퍼가 있더라도 매년 공격수가 세계 최고의 선수임을 증명하는 발롱도르 상을 독차지하는 것처럼 말이다.  


 와튼스쿨 최연소 종신교수로 임명된 조직심리학자 애덤 그랜트는 그의 저서 <Give and Take>에서 조직 내  사람들의 유형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그는 상호 도움을 주고받는 정도에 따라 도움만 받는 이기적인 Taker, 도움을 주고받는 것의 균형을 맞추는 Matcher, 다른 사람을 있는 힘껏 돕는 Giver로 유형을 분류했다.  


 재밌는 사실은 이기적인 Taker, 적절히 균형을 맞추는 Matcher보다도 이타적인 Giver가 조직에서 가장 높은 성과를 거둔다는 연구결과다. 하지만 동시에 Giver는 가장 저조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현명한 Giver와 저성과자 Giver의 차이는 더 이타적인지 덜 이타적인지가 아니라 이타적인 동시에 자신의 이익도 함께 챙기는지의 여부에 달려있었다. 즉 업무에서건 관계에서건 일방적인 헌신이 아닌 Win Win 할 수 있는 구조를 꾸준히 만드는 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압력밥솥의 김을 빼내는 방법

: 성숙한 방어기제를 활용하라

 

 직장생활을 하며 솥에 가득 차 있는 김을 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중간관리자는 안 그래도 일이 많고, 바쁜 시기인데 조직에서 신임을 얻은 만큼 여지없이 수명 업무들이 물밀듯이 치고 들어온다.


 갑자기 요청하는 업무들과 도움을 청하는 일들에 사람 좋은 웃음으로 받아주고, 일의 양은 계속해서 늘어간다. 호의가 계속되니 권리인 줄 안다는 말처럼 잡무도 받으면 받을수록 세포가 증식되듯 늘어나나 들인 노력에 비해 조직 내 인정은 기대만큼 크지 않다. 하지만 같은 상황에서도 현명한 호구들은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일을 처리해나간다.


 이때 우리가 주목할 것은 같은 상황에 처하더라도 이를 다른 방식으로 다루는 중간관리자의 방어기제 활용법이다.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에 따라 다른 종류의 방어기제를 활용한다.


방어기제란? 어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갈등 상황, 무기력한 상황이 나타날 때 자아에서 이를 극복하려고 사용하는 생각과 행동을 말한다.


  우리가 자주 처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업무로 정신없이 바쁜데 팀장님은 또 위에서 지시한 수명 업무를 맡기려 한다. 이 상황에서 보통의 실무자라면 새로운 일을 받는 상황이 부담스럽고 심지어 바쁜 줄도 모르고 일을 자꾸만 부탁하는 상사에게 짜증이 날 수도 있다. 이때 미성숙한 방어기제를 활용하는 사람은 싫은 내색을 못하고 이를 받아들인다. 그리고는 속을 끙끙 앓는다. 또한 ‘우리 팀장님은 내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내가 만만하니까 자꾸 일을 주는 거야.’라고 부정적인 감정을 더증폭시킨다. 이는 ‘억압’과 ‘투사’라는 부정적인 방어기제다. 이런 종류의 방어기제는 타인과 자신에게 피해를 주고, 간혹 부정적인 감정이 자기도 모르게 표출되면서 자신의 이미지까지 갉아먹는다.


 어떤 실무자는 성숙한 방어기제를 활용한다. “팀장님 저 진짜 이러다 일에 깔려 죽을지도 몰라요!”라고 너스레를 떨거나 자신에게 또 업무가 요청 올걸 미리 ‘예상’하고 심정적으로 이에 충분히 대비한다. 예상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는 감정적으로 스트레스받기보다 효과적으로 자신의 업무 상황을 알리고, 담당할지라도 납기를 맞추기가 어려움을 넌지시 표현하며 일정을 가급적 넉넉히 조정하기도 한다.


 오히려 ‘오죽하면 팀장님도 뻔히 업무가 많은 걸 알면서도 이렇게 또 부탁을 할까’라며 심정적으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업무가 과중한 상황을 함께 풀어갈 방향에 대해 터놓고 대화한다. 이런 종류의 방어기제를 ‘유머’와 ‘억제’라 한다. 억제가 억압과 다른 점은 상대방의 입장과 행동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 효과적으로 억제시킨다는 것이다. 마음속에 쌓아두는 억압과는 분명히 다르다.


 새롭게 팀장이 된 선배가 마이크로 매니징을 일삼자 ‘리더가 됐는데 아직도 실무자처럼 군다. 또 하나하나 다 들여다보시네! 이럴 거면 실무자와 관리자가 왜 구분 있나? 아휴 내가 참아야지’라는 억압의 반응과 ‘나도 내 집 계약하고, 자동차 살 때는 그렇게 꼼꼼히 확인했었지. 자기일 되면 확실히 달라. 리더가 되고 직접 책임을 지게 되면 아무래도 더 신경이 더 쓰일 거야. 그럴 수 있어.’라는 억제의 반응은 분명히 본인의 심리와 행동에 다른 영향을 끼친다.


 직장생활에서 무작정 이타적인 사람은 결국 스스로 에너지를 소진하고, 탈진상태에 이를 확률이 높다. 성숙한 방어기제를 활용하는 것을 넘어 조직에서 진정한 호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상사와 공생할 수 있도록 파이를 키우는 기술을 계속 익혀나가야 한다.


 상사에게 도움을 줬으면 나에게도 도움이 될만한 일들을 부탁하고, 자신의 권리를 찾아 주장할 것은 주장해야 한다. 어떤 관계도 일방향적일 때 균형감이 무너지며 신뢰와 존중을 잃는다. 악어와 악어새처럼 꽃과 꿀벌처럼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꾸준히 피력하고, 그만큼 쌓아온 신뢰로 자신의 역할과 생각을 주장하는 일잘러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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