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성과를 인정받는 세 가지 방법
뿌린 대로 거두리라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 말을 진리처럼 믿고 있다가는 믿는 도끼에 발등을 사정없이 찍힐지 모른다. 직장인은 매년 뿌린 것만큼 성과를 거두길 바라지만 평가권자는 팀원들이 뿌린 내용 조차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고, 직장에서 해낸 만큼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특히나 중간관리자급이 되면 팀원 역할을 하던 실무자 시기보다 일이 몰리는 동시에 조직에서 역할을 확장해가는 시기다. 해내는 역할과 결과에 걸맞는 인정과 보상을 받아야 하는 것이 정상이나 성과평가 시즌만 되면 하염없이 작아지는 중간관리자들이 주변에 많다. ‘남들도 다 할 수 있는 일인데.’라며 자신의 업적을 하찮게 취급하거나 ‘같이 한 일인데’와 같이 지나치게 겸손하다. 또 ‘말 안 해도 다 감안해서 평가해주시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까지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평가결과가 모든 것을 증명하지도 않고, 나는 그런 것 따위 신경 안 써라는 쓸데없는 ‘Cool’병에 취할 필요는 없다. 없는 성과를 부풀리자는 것도 아니고 딱 당신이 일한 만큼은 억울하지 않도록 인정받는 기술은 갖춰야 하지 않을까?
직장에서 일의 의미와 보람을 찾는 것이 행복한 직장생활을 위한 제 1의 법칙이라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외적 보상이라는 영역을 무시할 수 없다. 아무리 의미를 갖고 일한들 조직 내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혼자서 우직하게 일들을 추진해나갈 수 없고, 외적 보상만을 추구하다 보면 본인의 업무에 100% 몰입하기도 어렵다.
표면적으로 직급이 폐지되고, 상호 호칭도 직급이 아닌 ‘님’ 또는 ‘영어 닉네임’으로 부르는 직장에서도 허울뿐인 승진이라는 이벤트에 동기부여되고, 설레 하는 동료들의 모습을 자주 마주했다. 이처럼 내적 동기와 외적 동기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룰 때 출근길이 꽃길로 변한다고 믿는다.
직장생활을 하며 뿌린 대로 거두기 위한 몇 가지 노하우들을 기억하고, 활용하고 있다. 가장 기억하기 쉽다는 3의 법칙을 활용해 딱 세 가지 포인트만 소개해볼까 한다.
성과평가 시스템에 접속해 1년간의 업무 결과를 입력하고 제출 버튼을 눌렀는데 아차 싶었다. 업무 시간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수행했던 수명 업무를 기재하지 않고 제출해버린 것이다. 야속하게도 그곳에 재수정 버튼은 없었고, 다시 스텝을 되돌려 달라고 하기에도 민망해 그냥 이미 제출된 결과대로 내버려 둔 경우가 있었다.
이처럼 수행할 때는 수많은 고민을 담고, 내 업무 시간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 일들조차 시간이 지나면서 잊히게 마련이다. 본인조차 잊는 업무들을 수많은 팀원을 관리하는 평가권자가 하나하나 기억해주길 바라는 것은 너무 무리한 기대가 아닐까?
현명한 직장인이라면 자신의 업무 수행 과정과 결과를 되도록 수치화해 기록한다. 또 연말 성과평가 기간이 되면 이를 토대로 자신의 한해 성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팀 차원에서 수행하는 업무들은 대개 뭉뚱그려 포장되거나 기여도가 희석되기 마련이다. 본인이 어떤 역할을 했고,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리드했는지, 어떠한 상황 속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지 보고 받는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전달해야 한다. 같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개발했더라도 아래와 같이 표현에 따라 그 기여도는 다르게 보인다.
A. 도레미 프로젝트 기획/개발
- 프로젝트 일정 관리 담당 및 업무 수행
B. 도레미 프로젝트 기획/개발 : 일정관리 주담당
1) 신규 프로젝트 관리 Tool 도입 및 활용도 제고
2) 개발 개선과제 5개 발굴 및 업무 효율화 작업 진행
3) 유관부서 담당자 주 1회 정기회의 주최 및 의견 수렴
“어떻게 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나요?”
대리 시절 필자는 팀장님께 미친척하고 당돌한 질문을 던졌었다. 연초 설정한 목표를 모두 달성했는데도 불구하고, ‘보통’의 평가 등급을 받은 것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출했던 것이다. 되돌아보면 무례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질문이었는데 이를 웃으면서 받아준 팀장님께 감사한 마음이다.
그때 나는 협상의 하수였다. 지나치게 저돌적이었고, 전략적으로 내 성과를 어필할 줄도 몰랐다. 그때 팀장님께 들었던 답변은 조직에서 어떤 역할을 기대받고 있고, 어떻게 일을 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길잡이가 되어줬다.
‘Aim High’ 협상에서 되도록 높은 조건을 먼저 제시하라는 뜻이다. 스스로 물건을 파는 입장일 경우에는 가격을 높게 부르고 물건을 사는 입장일 경우에는 가격을 낮게 부르는 전략을 말한다. 즉 상대방에게 높은 조건을 제시해 그보다 낮은 조건에 대해 상대방이 충분히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다.
터무니없이 높은 성과 평가 결과를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신뢰도를 저하시키겠으나 앞서 설명한 꾸준한 기록과 기여도를 통해 충분히 설득력을 갖췄다면 보통의 평가결과를 그 보다 높은 등급으로 변경해 제시할 수 있는 배짱도 필요하다.
객관적으로 보기에도 예년보다 좋은 성과를 거뒀던 해가 있었다. 팀 내에 결원이 수차례 발생했고, 조직장의 자리도 부재해 팀 살림을 도맡다시피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 면담 시간을 앞두고 ‘보통, 우수, 매우 우수라는 고과 중에 어떤 고과를 제출해야 할까’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다.
조직에서 남다른 성과를 거뒀으니 과감하게 Aim High 전략을 구사했어야 했지만 동방예의지국 겸손병에 걸려 당연히 ‘매우 우수’라는 평가를 줄 것이라 기대하며 ‘우수’로 제출했던 것이다. 어찌 보면 이미지도 살리고, 평가등급까지 좋게 받겠다는 과욕이었다. 한해 성과를 결정짓는 시간에서 조차 겸손하려 했던 아둔함의 결과는 완벽한 패착이었다.
필자가 만약 ‘매우 우수’라는 Aim High 전략을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직책자는 어찌 됐건 나에게 ‘매우 우수’라는 등급을 주지 못할지언정 마음의 짐 하나쯤은 지고 평가가 끝났을 것이 분명했다. 필자가 높은 조건을 제시했어야 그제야 협상의 판이 벌어지고, 등급을 통보받는 ‘을’의 입장이 아닌 진짜 협상을 할 수 있는 협상 테이블 맞은편의 상대방으로서의 자격을 갖추게 됐을 것이다. 중간관리자가 평가 결과를 ‘우수’ 수준으로 제출했을 때 평가권자가 “올해 정말 열심히 했는데 거 평가가 너무 겸손한 거 아닌가? 매우 우수로 평가등급을 바꾸자”라고 먼저 제안할 확률은 희박하다.
Batna(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는 협상에 의한 합의가 불가능할 경우 협상 당사자가 취하게 될 다른 대안을 의미한다. 우리는 성과평가 과정을 일회성으로 생각한다. ‘협상이 아닌 통보’라는 말을 하며 5분 만에 면담을 마치고 나왔다는 말이 오고 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연 1회 최소 2~3회 진행되는 면담 자리는 적은 빈도만큼이나 서로의 업무 방향과 역할에 대해 가장 임팩트있게 건의할 수 있는 기회다.
사실 실무능력이 좋은 중간관리자 입장에서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Batna는 이직이다. 당신이 핵심인재라면 “경쟁사에서 나를 스카웃 하려 한다.”는 말보다 팀장님에게 무섭게 날릴 수 있는 경고장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하지만 조직생활에도 의리라는 게 있지 않은가. 매년 이직을 자신의 카드로 제시하기 것은 외나무다리 전술처럼 모 아니면 도의 결과만을 가져다줄 뿐이다.
필자는 항상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최소한 변화했으면 하는 담당 업무와 역할 상 희망사항들을 미리 생각해뒀다. 예를 들어 전문성 확보를 위한 주 담당업무 변경을 희망한다든지, 나의 커리어 개발 목표 중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단위 업무를 담당할 기회를 상반기에는 어렵더라도 최소한 하반기부터는 맡게 해 달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서 원하는 1을 얻지 못해도 0.5를 얻을 수 있는 전략을 취했고, 이는 평가 면담에 임하는 나의 협상력을 높여줬다. 이처럼 조직에서 더 성장하고 싶은 중간관리자라면 평가 결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앞으로의 커리어 개발 계획, 역할 확장에 대한 고민들을 과감하게 피력하고, 얻을 것은 얻을 수 있는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당신은 직장에서 뿌린 노력만큼 거두고 있는가? 꼭 소개드린 세 가지 방법이 아니더라도 직장에서 노력한 만큼 인정받기 위한 자신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있는지 되돌아봤으면 한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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