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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모레비 May 21. 2020

떠넘기는 것과 믿고 맡기는 것의 차이

일할 맛 나게 만드는 디테일한 동기부여 스킬



줄줄이 소시지 회의


“ㅇㅇ님 잠깐 회의실로 들어와 보시랍니다.”


 컴퓨터를 하다가 후배의 한마디에 갑작스레 회의실로 불려갔다. 한 선배가 후배 두 명과 함께 회의실로 들어갔는데 회의가 끝나가는 시점에 나를 소환한 것이다. 용건은 간단했다. 생각보다 업무량이 많아 바쁘겠지만 한 부분을 좀 백업해달라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새로 맡게 될 업무에 대한 설명을 대충 들었다.



 설명을 듣던 중 내가 던진 질문 하나에 또 다른 추가 고려사항이 파악됐고, 이미 업무 분장을 해버린 선배는 회의실에 있는 후배들에게 추가 업무를 맡기기가 미안했는지 기어코 한 명의 후배를 추가로 소환했다. 그렇게 앉아있던 3명은 앞서 설명 듣던 이야기를 다시 반복해 들어야 했고, 새로 들어온 후배는 나와 마찬가지로 전체 업무 중 일부를 담당하게 됐다.


 마치 마법사가 분신술이라도 시전 한 듯 최초 3명이 입장한 회의실에서는 5명이 퇴장했다. 기획의도나 앞으로 어떤 결과를 기대하는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이미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회의가 종료됐고, 나의 손에는 갑작스레 맡겨진 수명 업무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업무를 하고 싶게끔 하려면

어떻게 요청해야 할까?


 일을 하면서 재미를 따지는 것이 우스워 보일 수 있으나 업무에도 할 맛 나는 업무와 그렇지 않은 업무가 분명히 존재한다. 위와 같은 상황은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불쾌함으로 가득하다. 마치 땜빵하듯 업무에 투입되어 잠깐 급한불을 끄고 아무 공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일을 두고 허드렛일이라고 부른다.


 팀원 간의 업무가 독립적이기보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팀에서는 위와 같은 상황에서 협조적인 모습을 보일 때 ‘저 친구는 팀워크 능력이 참 좋아’라는 인정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떠넘겨진 일’은 개인을 성장시키기 어렵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의 본질과 목적을 고민하지 않고, 단순히 일부 기능적인 부분만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기계가 아닌 하나의 부속품처럼 일하고 있다는 생각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바로 이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프로야구 투수들 중에서도 가장 고된 포지션은 계투라는 말이 있다. 선발투수로서 전반적인 경기를 주도하는 것도 아니고, 승리를 지키는 화려한 마무리 투수도 아니며 경기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급히 등판해야 한다. 등판 일정이 주기적이지 않으니 자신이 상황을 컨트롤할 수 없어 무력하기 쉽고, 컨디션을 조절하기도 어려워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서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계투 중에서도 가장 초라한 역할은 패전처리조다. 이미 많은 점수차로 뒤져 패배가 확정된 경기에 나서는 투수기 때문이다. 직장인으로 치면 성공하지 못한 프로젝트의 행정적인 서류 보고만을 담당하게 되는 그런 뒷마무리 업무와 비교될 수 있다. 이러한 성격의 업무를 할 때 담당자는 의미를 찾기도 어렵고, 일할 의욕이 떨어진다.


 회사에서 즐거운 일은 흔히 말하는 진짜 ‘재미’보다는 성취감이 있는 일이었다. 무언가를 처음부터 기획하고, 실행해서 원하는 결과를 보았을 때 느껴지는 그 뿌듯한 감정 말이다. 그 과정에서 물론 소소한 재미까지 있었다. 평소 관심이 있는 분야를 공부하는 즐거움, 업무를 통해 새롭게 만난 인연들과 맺게 되는 소중한 관계 같은 것들이 그러했다. 이 것이 바로 하나의 업무를 온전히 담당하게 됐을 때 느끼게 되는 즐거운 감정이다.




마이크로매니징의 함정


 업무에 빠삭한 실무자가 리더급이 되면서 가장 쉽게 빠지는 함정이 바로 마이크로 매니징이다. 한정된 시간 내에 아웃풋을 내는 자신만의 확실한 업무 프로세스와 방식을 갖고 있으니 후배가 각 시점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훤히 예측이 되고, 본인의 속도와 방향대로 따라오지 못할 때 이를 답답해하며 세세하게 하나하나 가르치는 것이다.


 수학 문제를 풀다가 수시로 맨 뒷장을 넘겨 정답을 확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이크로 매니징은 후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방해한다. 즉 자신의 품 안에 두고 걸음걸이 하나까지 세세하게 피드백을 해주니 후배의 시야는 점점 더 좁아지고, 하던 일만 지시대로 수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배를 만들고 싶을 때 사람들을 숲에 모아 일감을 나눠주고 명령할 필요는 없다. 대신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줘라.”
- 생택쥐베리 ‘어린 왕자’


 생텍쥐베리의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말처럼 훌륭한 중간관리자는 후배가 전체 큰 그림 안에서 스스로 무엇을 할지 알 수 있도록 업무를 준다. 후배가 업무를 받자마자 일의 목적과 이유도 모른 채 기계적으로 일을 수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이는 잘못된 업무 요청인 것이다.





떠 넘기는 일과 믿고 맡기는 일의

세 가지 차이



1. 사소한 업무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업무에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으나 우리는 후배들의 참여감을 높이고, ‘떠 넘기는 것’ 같은 느낌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 A부터 Z까지 완수할 수 있도록 업무를 디자인해야 한다. 조금 과장을 보태서 그것이 복사를 하거나 커피를 타는 일이라도 말이다.



 현명한 리더라면 회의록을 작성하는 일도 조금 다르게 설계한다. 단순히 신입사원이 들어왔다고 “회의록은 계속 막내 담당이었으니 이제 신입인 네가 담당이다.”라며 업무를 떠넘기지 않는다. “회의록은 막내들이 작성해왔는데 앞으로 2주 후부터는 네가 맡아줬으면 한다. 단순히 기존과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할 필요는 없다. 현재 회의록 정리 방식을 살펴보고,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고민해 진행해달라.”라고 요청한다. 이처럼 후배가 평소에 정해진 양식을 벗어나거나 색다른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도록 권한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업무를 디자인해서 부여할 때 후배는 그 일을 자신의 생각을 녹여낼 수 있는 ‘믿고 맡겨진 업무’로 느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자신의 생각이 담긴 변화가 선배들로부터 피드백을 받게 되면서 좀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핵심은 단순히 아무 생각 없이 단순 반복적인 손발로 일하게 하는 게 아니라 일하는 머리를 기를 수 있도록 업무를 맡기는 것이다.

 

 한때 함께 일하던 일잘러 선배님과 술 한잔을 할 기회가 있었다. 선배는 최근 한 부서를 담당하는 팀장이 됐다. 선배에게도 리더로서 여러 고민이 있었지만 돈이 있는 부서에서 일하니 오히려 팀원들이 돈을 쓰는 법만 알았지 일하는 머리를 쓰려고 하지 않아 아쉽다는 말을 했다. 그 선배가 설명해준 상황은 이러했다.            


“이대리, 올해 시무식은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해봤으면 좋겠다고 하시는데 구체적으로 고민을 해서 기획안을 올려줬으면 해”
“네. 컨설팅 업체에 한번 물어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잠시 정적)
“업체는 머리가 아닌 손발로 써야지. 머리는 기획자인 자네가 쓰는 거고.”


 선배가 답답해한 이유는 기회가 있음에도 일하는 머리 조차 외부업체에 의존하려는 마음가짐 때문이었다.



2. 실패를 용인하되, 치명적인 실수를 방지하는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


 실무를 오래도록 담당한 중간관리자에게 아직 실무능력이 부족한 팀원은 한참 어린아이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후배가 업무 의욕이 도통 없어 보이고, 자발적으로 즐겁게 일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면? 결국 후배의 강점을 눈여겨보고, 그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업무가 있다면 한두번의 실패를 용인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과감한 위임이 필요하다. 동시에 ‘이것만은 지켜줘 혹은 이것만은 안돼’라는 확실한 가이드를 제시해 본인이 생각하기에 치명적인 실수는 예방할 수 있도록 한다.

 

 한 대형 컨퍼런스의 마케팅 업무를 진행할 일이 있었다. 당시 일손이 부족해 나와 후배 한명이 업무를 담당하게 됐고, PM역할을 맡고 있던 나는 후배에게 업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했다. 후배는 입사한지 채 6개월이 되지 않아 신입사원 티를 벗지 못했다. 허나 오프라인 채널에서 온라인 채널 위주로 마케팅 전략을 전환하는 시점이라 디지털에 익숙하고 평소 기술분야에 관심이 높던 90년대생 후배가 강점을 발휘할만한 최적의 업무라 여겼다.

 


 필자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마케팅으로 전환하는 목적에 대해서만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한 후 “최대한 효과성이 높은 온라인 마케팅을 전개할 적합한 채널과 필요사항들을 알아보고,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 기획서를 제출해달라.”고 했다. 다만, 마케팅의 타이밍과 규모가 중요한 만큼 “금주 내로 1차 검토 결과를 공유해주고, 작년 오프라인 마케팅 지출 비용을 초과하지 않도록 기획해보자.”라는 가이드를 제시했다.


 후배는 예상대로 업무에 흥미를 보였고, 온라인 마케팅이라는 업무 전체를 맡게되는 것이라 그런지 어느때보다 의욕적으로 일에 덤벼들었다. 후배는 신입사원 답지 않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줬다. 추후에는 온라인 마케팅으로 홈페이지에 유입되는 데이터를 분석해보겠다며 처음에 부탁하지도 않은 ‘구글 애널리틱스’ 활용 방안까지 제시했다.

 

 만약 이 상황에서 후배에게 원하는 온라인 마케팅 채널을 정해주고, 업체에 연락을 해서 견적서만 받아오라는 식으로 단순히 업무를 떠넘겼다면 어땠을까? 치명적인 실수는 예방할 수 있도록 안전선을 확실하게 쳐주면서도 후배의 생각과 방향을 담아 끝까지 시도해볼 수 있도록 자율성을 준다면 틀림없이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할 것이다.



3. 업무 종료 후 과정과 이후 계획에 대한 피드백


  “아니 회의록 상태가 왜 이모양이야?”


 떠넘기는 리더는 종종 후배가 어떻게 업무를 진행하든 방치하다가 결과만 놓고 비난한다. 어차피 큰 실수가 발생할 것도 없는 하찮은 일부의 업무니 세심하게 신경쓸일은 적고, 업무가 완수됐을 때 세세하게 틀린 것만 지적하면 선배로서의 권위도 살기 때문이다.


 이런 유형의 리더는 사소한 잘못에도 무언가 큰일이 난 것처럼 후배를 매섭게 지적해 움츠러들게 만든다. 잘못된 피드백은 후배가 스스로 생각을 담아 업무를 진행할 기회가 왔을때조차 자신있게 자신의 생각을 업무에 적용하기 어렵게 만든다. 사소한 일들에도 훈계를 받아온 기억들이 남아 자신의 생각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점점 더 사라지기 때문이다.


 믿고 맡기는 리더는 업무를 위임할 때만 신경쓰는 것이 아니라 업무의 한 사이클이 완수된 후 후배를 코칭한다. 즉 ‘질문’을 통해 후배의 생각을 이끌어내고, 스스로 개선방법을 고민하게끔 만든다. 선배의 머릿 속에서 나온 지시사항이 아닌 직접 생각한 개선방안은 후배가 다시 업무에 의욕적으로 덤빌 수 있도록 동기부여한다. 만약 직접 고민한 아이디어들이 효과를 본다면 앞으로 업무를 진행하는데 있어 자신감을 얻어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을테고, 설령 실패하더라도 이런 과정을 통해 선배와 신뢰가 두터워졌기에 다시 고민을 나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넘길수밖에 없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업무를 설계하는 것이 불가능한 단순한 업무를 요청할때는 어떤 방식이 좋을까?


 우리는 살면서 참으로 많은 설문조사에 참여한다. 필자가 설문조사에 참여한 후 가장 기분 나쁠 때는 바로 요청할 때는 그렇게 간곡히 부탁하더니, 응답 후에는 나의 응답이 어떻게 반영됐는지 전체 결과는 어떤지 공유가 없을 때다. 화장실 들어갈때와 나올때 다르다는 말이 이럴때 쓰라고 있는 말 같기도 하다. 필자는 이 지점에서 힌트를 얻었다. 단순히 업무를 떠넘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리더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는 바로 결과를 공유하는 것이다.


 ‘너의 참여가 큰 도움이 되었어’라는 리더의 감사 메시지가 조금이나마 보람와 의미를 느낄수 있도록 해준다. 2~3시간씩 걸리는 단순 반복적인 ‘복사하기’ 업무라도 문서고에 차곡차곡 정리될 모습과 추후에 감사 등의 이슈가 있을 때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는 정보를 주는 것들이 결과를 공유하는 한 예라고 볼 수 있다. 후배 입장에서도 복사업무를 완료했을 때 단순히 “그래 수고했다.”라고 피드백을 받는 것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사실 그런 고마움조차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표현하지 않는 리더들이 참 많다.

 





 이처럼 후배를 ‘진짜 성장’ 시키기 위한 비결은 서로 의사소통 빈도를 높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의 생각과 고민을 담아 업무를 진행해보게 하는 것이다. 중간관리자의 세심한 업무 디자인과 코칭이 이어질때 후배는 리더를 믿고, 자신의 고민을 나누기 시작한다. 물론 조직 전체적으로 실행력이 높아지는 것은 가장 큰 효과다.


 우리가 수없이 들었던 어느 벽돌공의 이야기를 생각해보자. 세명의 벽돌공 중 일의 즐거움을 가장 크게 느끼는 사람은 자신이 쌓는 벽돌이 그냥 벽을 만드는 하찮은 일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멋진 성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으로 더 큰 목적과 의미를 찾은 사람이었다.


 후배들이 하찮은 일을 주더라도 일을 즐기는 벽돌공과 같이 생각할줄 알아야 한다는 것은 리더의 과욕이다. 훌륭한 리더라면 작은 일에서도 의미와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업무를 손수 디자인해 맡겨야 한다.


 동기부여에도 디테일이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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