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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모레비 Nov 26. 2020

인턴사원의 매운맛

갈등을 다루는 기술 ‘완전한 솔직함’






나 : 오늘은 매운맛 동훈님이네요! :)
인턴 : 앗ㅋㅋㅋㅋ 제 얼굴 또 빨개졌나요?

나 : 혹시 회의 중에 뭐 불편한 점 있었어요?

인턴 : 사실 아까 설명해주신 그 지점이 잘 이해가 안돼서요..

나 : 충분히 전달이 안됐구나! 다시 설명해볼게요.




 인턴사원의 부정적인 태도를 마주했을 때 곧장 웃으며 농담을 건네기까지 몇 달이 걸렸다. 그 친구와 나 사이에 완전한 심리적 안전감이 형성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신입사원들이 입사하자마자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말이 있다. 역량은 K(지식)S(스킬)A(태도)며, 태도가 0이면 제 아무리 지식이나 스킬이 뛰어나도 곱셈의 법칙이 적용돼 당신의 역량은 0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백번 일을 빨리 처리해도 함께 일하려고 모인 조직에서 협업하는데 불편함을 야기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치명적인 결함이라는 얘기다.


 태도의 중요성을 모르는 신입사원은 없다. 다만, 태어나 처음 착륙한 직장이라는 낯선 행성에서 그들의 감정은 생각처럼 쉽게 관리되지 않으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부정적인 제스처나 비언어적인 표현으로 표출되기 십상이다.




인턴사원의 매운맛 그리고 순한맛



 함께 일하던 친구 중에 유독 본인 마음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으면 직접적인 표현 외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마구 분출하는 친구가 있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미성숙한 방어기제라 부르기도 한다.


 기분이 좋을 때면 키보드 위에 놓인 그 친구의 손가락은 까치처럼 총총 걸으며 경쾌한 소리를 냈고, 화가 날 때는 둔기가 되어 키보드를 사정없이 내리찍었다. 날카로운 키보드 소리에 담긴 그 친구의 감정은 고스란히 팀원들에게 전달됐다.


 항상 기대 이상을 해주는 친구였지만 유독 감정관리만큼은 취약했다. 그 친구가 운전대를 잡은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강제로 탑승한 선배들의 마음도 덩달아 불편해지곤 했다.


 부정적 태도는 점점 심해져 마음에 안 들게 일이 돌아갈 때면 얼굴이 곧장 울그락 불그락해졌고, 밝은 표정으로 일하다가도 갑자기 뚱해져서 하루 종일 말을 안하기까지 했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면서 선배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먹고 웃으며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내게 녀석의 행동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냥 훈계하는 게 맞을까?’


 사실 어찌 반응해야 좋을지 스스로 판단이 서지 않았다. 나를 더 당황하게 만들었던 것은 그 친구가 평소에 팀원들에게 보인 행동 때문이었다. 그 친구는 팀원들을 진심으로 좋아했고,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함께 일하는 공간에서 불편한 공기를 만드는 재주를 가진 후배와 일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수평적인 조직문화일수록

완전한 솔직함이 필요하다.



 다니던 회사가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지향하고 있었던 것도 이 불편한 상황이 지속되는데 한몫했다. 직급과 상관없이 서로의 이름 끝에 '님'이라는 호칭을 붙여 불렀고, 직책자가 아닌 이상 함께 일하는 동료가 후배일지라도 피드백을 한다는 것은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나를 포함한 팀원들이 그 친구의 잘못된 태도를 마주하고서도 피드백을 망설이고, 뜸 들였던 주된 이유기도 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처음 후배와 일을 하게 되면, 선배 눈치를 보는 것만큼이나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피드백을 하기 전에 선배의 머릿속에는 수없이 많은 질문들이 떠오른다.


‘저 친구가 혹시나 나를 꼰대처럼 여기지는 않을까?’

‘이 상황에서는 직설적으로 얘기해도 될까?’

‘저 행동은 나를 무시해서 하는 행동이 아닐까?'



 사회적 민감성이 높고, 관계 지향적인 리더일수록 이 상황은 더 고통스럽다. 수많은 내적 갈등이 일으킨 소용돌이 속에서 대개 답을 찾지 못해 어려워하고, 피드백을 줘야 하는 황금 타이밍까지 놓쳐버리고 만다.








 동훈님 우리 잠깐 커피 한잔할까요?




 한참이 지나 용기를 내어 그 친구가 보여주는 태도가 만드는 불편한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놀라웠던 것은 그 친구는 본인이 그렇게 보인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고, 팀원들이 심하게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 역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부정적 감정이나 비난하고픈 마음은 최대한 억누르고, 담백한 언어로 솔직하게 그 친구의 행동과 팀원들이 느끼는 감정과 걱정을 털어놓자 그 친구는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후에 우연찮게 '실리콘 밸리의 팀장들'이란 책을 보다가 이 것이 '완전한 솔직함(Radical candor)'과 비슷한 피드백 기술이라는 것을 알았다.


 

By Kim Scott


 저자 킴 스콧이 소개한 피드백 사분면을 보자. 그가 일터에서 추구하는 피드백은 바로 ‘완전한 솔직함’이다. 리더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야만 한다. 숨기면 숨길수록 일그러진다는 것이다.


 불쾌한 공격은 상대방의 행동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 모른다. 허나 개인적 관심이 낮은 상태라 상대방을 존중하거나 배려하지 않은 직설적 표현으로 서로 감정이 상한다. 관계에서 한번 무너진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파괴적 공감은 직접 대립하지 않으니 감정이 상하지 않지만, 상대방의 행동을 바로잡기 어렵다. 고의적 거짓은 상황 자체를 애써 부정하거나 피하는 것이다.

 

 위의 세 가지 피드백 유형과 달리 완전한 솔직함은 문제를 야기하는 당사자와 직접적으로 마주하면서도 개인적인 관심과 존중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말한다.


 나와 인턴 사이에서 완전한 솔직함은 부정적인 감정이 자주 표출되는 상황에 직면해 그 친구가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는 이유에 대해 개인적으로, 말 못 할 사정과 어려움은 없는지부터 조심스럽게 먼저 물어봐주는 것이었다.


 만약 내가 그 친구에게 '불쾌한 공격'을 했다면 팀원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인턴이 도대체 표정이 그게 뭐냐. 표정 관리할 줄 몰라요?” 심하게는 “요즘 것들은 싸가지가 없다”라며 모두가 들리게 꼰대 짓을 했을지도 모른다.


 설령 그런 강압적인 피드백에 기강(?)은 잡혔을지라도 그 친구가 팀에서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일은 다시는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갈등에 직면하기 전에

스스로 던져야 할 질문 세 가지



 우리는 나의 말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을지, 불편한 감정만 커지는 것은 아닐지 고민만하며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결국 목구멍까지 차오른 대부분의 말들을 다시 삼키기 바쁜 것이다.


 함께 일하기 위해 모인 조직에서 커뮤니케이션의 빈도와 강도는 성과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부정적 감정과 갈등의 상황에서 애써 이를 외면하기보다 용기 내어 직면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 갈등에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갖자. 그리고 갈등과 마주하기 전에 그 용기의 가치가 빛을 잃지 않도록 세 가지 질문을 먼저 던져보자.



첫째. 지금 마주한 갈등은 팀 성과에 방해가 되는가? 혹시나 개인적인 감정싸움은 아닌가?
 
둘째. 내가 미처 고려하지 못했거나 상대방에게 말 못 할 사정이 있을지 충분히 생각해보았는가?
(직접적 대립이 필요한 갈등 상황인가?)

셋째. 먼저 상대방에게 개인적인 관심과 존중을 표현하며 문제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할 준비가 되었는가? (개인적 관심)



 내가 인턴 친구에게 표현한 완전한 솔직함은 이러했다.


 "동훈님은 손이 참 빨라서 팀원들이 항상 고마워하고 있어요. 다만 때때로 불편한 감정이나 기색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서 팀원들이 걱정하거나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거 알아요? 물론 저를 포함해서요. 혹시 말못할 고민이나 개인적인 사정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되기도 하고요. 일하면서 서로 솔직하게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혹시 다시 이런 상황이 생기면 저도 동훈님을 매운맛 동훈님이라고 웃으며 불러볼 테니 솔직하게 이야기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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