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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모레비 Sep 03. 2021

똘똘한 신입사원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

통제불능 리더가 조직에서 독점하는 3가지



출처: 인스타그램 'pisco_cat'



 조직의 몇몇 리더들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사원들이 아무것도 모를 것이다라는 착각을 하고 산다. 이 착각은 때로 갓 입사한 경력직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허나 회사생활 3~6개월 차만 되어도 전에 보이지 않던 리더와 조직의 문제점들이 4K 고해상도로 선명하게 보인다. 또 머리 위에 ‘왜?’라는 질문이 수없이 떠다니기 시작한다.


 가까워진 동료들에게 조직 그리고 리더에게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 여러 부서의 소식이 동기들을 통해 귀로 들어온다. 마침내 그들은 합리적 사고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동안 능력이 없어서 못한 게 아니라 단지 충분한 정보가 없어서 그동안 잠시 가동을 멈췄을 뿐이다. 동시에 그들은 조직에서 당연시 여겨지는 비효율적인 관행들로 인해 불편을 겪고, 그런 경험들이 반복되어 쌓여간다.


 직장생활 스트레스에 영향을 주는 두 가지 요인이 '통제 가능성'과 '예측 가능성'이라고 한다. 실무자의 성장을 가로막는 리더들은 대개 실무자 뜻대로 업무를 컨트롤하지 못하게 하고, 독선적인 판단을 내린다. 또한, 실무자에게 마땅히 전달되어야 할 정보를 제한하고 왜곡하며, 일관되지 않은 의사결정으로 예측이 어렵게 만든다. 그렇게 합리적 사고가 가능해지는 시점, 그리고 예측과 통제 가능성을 낮추는 통제불능의 리더, 이 두 요소가 절묘하게 만날 때 능력 있는 주니어들을 종종 이른 퇴사 고민을 시작한다.


 3개월이면 뚝딱 해낼 일을 1년 동안 해야 하고, 하루의 대부분을 비생산적인 회의로 보내는 등 커리어를 좀먹는 구조가 답답한 것이다. 그들은 자신만의 생각을 담아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며 일하고 싶기 때문이다. 결국 가급적 일은 덜하고, 최소한의 변화만 추구하면서도 월급을 받아가는 것에 만족하는 사람들만 어려운 환경을 버텨내며 조직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스스로 업무 개선점을 찾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는 이 두 가지 가능성이 높은 높은 곳을 찾아, 나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곳을 찾아 미련 없이 떠난다.




리더에게 견제구를 던질 수 있는가?



조직은 왜 이런 나쁜 리더들을 방치하는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왜 나쁜 리더들은 끝까지 살아남을까? 나쁜 리더십은 조직이 리더들에게 적당한 견제구를 던질만한 환경을 마련하지 못해 탄생한다.



천재 타자 이치로도 꼼짝 못하게 만드는 봉중근의 견제 능력



 야구에서는 “지옥에 가서라도 좌완 투수를 데려와라.”라는 말이 있다. 1루에 나가 있는 주자가 2루 베이스를 훔치지 못하도록 견제할 수 있는 능력이 우완 투수 대비 월등하기 때문이다. 2루는 안타 하나면 득점이 가능한 아주 위험한 공간이다.


 좌완투수는 항상 투구를 하기 전에 1루를 보고 있다. 주자가 움직이는지 자연스럽게 견제가 가능하다. 반면 우완투수는 1루를 등지고 서있기에 적절한 견제가 어렵다. 조직에서 1루에 나간 리더들에게 2루를 쉽게 훔치게 한다면 조직문화는 위태로울 수 있다. 견제구를 던지기 어렵도록 마운드를 지나치게 멀게 만들거나 우완 투수만 등판시키는 조직은 리더에게 아래 3가지 독점을 허용한다.





정보, 권한, 공간






① '정보' 독점

: 리더가 정보를 쉽게 독점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모임통장이 흥한 이유가 있다. 바로 누구나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기존 대부분의 사적 모임에서는 총무가 단독으로 모임통장을 관리했다. 몇몇 총무들은 수입과 지출 내역들을 엑셀과 같은 양식을 통해 상세하게 공유하기도 하지만, 운영 기간이 길어지며 어느 순간 흐지부지되거나 애초에 이런 공유를 잘 안 해주는 총무도 허다했다. 뻔히 문제가 보여도 사람들은 대개 적을 만들기 싫어한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문제제기를 하지 못한다. 그렇게 정보의 비대칭이 지속되면 부모님들에게 들었던 "곗돈 들고 도망간 사람"이 우리 모임에서 탄생하거나, 모임통장에 애써 모아둔 목돈으로 코인을 샀다는 둥 웃픈 사연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각 리더의 성향과 의지에 상관없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정보가 공유되고, 흐를 수 있는 구조가 없을 때 능력 있는 실무자는 떠나간다. 그게 시스템이건, 모두가 지키는 그라운드 룰이 됐건 말이다. 단적인 예로 리더는 팀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꿰차고 있으면서 정작 본인의 부재 이유와 업무는 알리지 않을 때 실무자들은 시간관리가 어렵고 쓸데없는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든다.


 어떤 사람에게 출발지와 목적지, 이 두 가지 제한된 정보만을 주고 루트를 정해보라고 했을 때 그는 최단거리, 그리고 가급적 빠른 이동수단만을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출발지, 목적지 외에 도로 상황, 대중교통 비용, 기름값 등 종합적인 정보를 줬을 때 의사결정의 질은 현격이 향상된다.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지하철로 갈아타는 창의적인 대안 역시 쉽게 나온다.


 정보의 독점이 허용되는 회사에서는 능력 있는 신입사원이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기가 어렵다. 훌륭한 조직에서는 전쟁터에 나가는 신병에게 병장과 동일한 K2 소총과 지도, 나침반을 쥐어준다. 하지만 똘똘한 신입사원들이 떠나는 회사에서는 신병에게 고무줄총만을 쥐어주며, 적을 제압하라고 명령한다.





② '권한' 독점

: 리더는 구성원을 평가할 수 있고, 구성원은 리더를 평가할 수 없다.


 직급이 높아지면서 함께 높아지는 건 책임감이지, 권한이 아니다. 독점적인 권한은 곧 권력이 된다. 권력은 남을 지배하거나 복종시킬 수 있는 힘을 말한다. 리더에게 권력이 집중될 때 팀원들은 리더에게 옳은 소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다. 결국 옥상에서 험담만 하며 팀원들 수준에서 메아리가 맴돌다가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스트레스가 가중되어 퇴사를 결심한다.


 개그맨 이경규가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이유를 설명한 이수근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개그맨들의 대기실 공간은 안에서만 문을 열 수 있는 독특한 구조였어요. 그렇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막내들은 그 문 앞에 서서 선배들이 들어올 때 불편하지 않도록 문을 직접 열어줬거든요. 어느 날 선배님이 그 공간에 처음 오셨을 때 그 모습을 보더니 “막내도 프로다. 여기서 대기하는 아까운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준비할 수 있게 시간을 주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후로 막내가 문을 열어주는 관행이 사라졌습니다."


 리더든 실무자든 우리 팀의 목표 달성을 위해 모인 동등한 프로다. 리더의 최우선 과제는 팀원들을 지배하거나 복종시키는 것이 아니라 실무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높은 성과를 내는 프로로 만드는 것이다. 조직에서 권력의 격차를 보여주는, 특정 직급의 권위를 만드는 모든 것을 제거해야 한다. 적어도 리더가 구성원을 평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면 구성원 역시 리더의 일하는 방식과 개선점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방적인 평가 권한은 권력의 비대칭을 극대화시킨다. 또한 리더에게 옳은 소리가 아닌 듣기 좋은 소리를 하는 사람만 남게 한다.


 기억해야 한다. 직장에서 모인 우리는 "보스와 부하"가 아니다. 모두 공정한 채용절차를 거쳐 회사에 들어온 1번 타자 혹은 9번 타자일 뿐이다.





③ '공간' 독점

: 리더는 구성원보다 특별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한다.


 신입사원까지도 그들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려면 자리가 사람을 만들거나 자리가 사람을 드러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 회사에서 보이는 여러 모습 중에 '나는 너와 다른 레벨의 사람이다.'를 상징하는 여러 요소들이 있다. 대개 그 상징은 공간으로 드러나며, 실무자와 리더의 목소리에 다른 무게의 힘이 실리도록 만든다. 또한 리더와 팀원들 간의 심리적인 거리를 증가시킨다.


임원실
대표이사 전용 엘리베이터
직책자 한정 주차공간
상석이 드러나는 회의 공간


 '공간 독점'을 허용하는 회사는 '리더는 팀원들과 다르다. 특별하다.'는 인식으로 공간 설계를 시작한다. 그들의 시간은 연봉으로 보더라도 팀원들의 시간보다 가치 있고, 그들의 의사결정은 팀원들의 의사결정보다 중요하다는 가정 말이다. 허나 실무자와 리더가 다른 위치에 있음을 보여주는 요소들이 회사에 많아질수록 모두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리더 한 명의 힘에 의존하게끔 만든다. 리더들에게 특별한 대우를 해주고 싶다면 적어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무언가를 고민해야 한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조직에서는 보통 실무 능력을 바탕으로 직책자를 선임하며, 그들의 리더십이 실무능력만큼 우수한지 미리 체계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결국 모든 리더들은 윤리적인 측면부터 구성원들과 상호작용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까지 전 영역에 걸쳐 검증을 필요로 한다. 리더는 실무자들이 업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지 모든 실무자를 대신해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내게 리더는 권력자라는 고정관념을 산산조각 내줬던 훌륭한 리더들의 행동을 기억한다. 그들은 실무자인 나를 자리로 불러내지 않고, 필요하면 직접 찾아와 전문가로서 나를 대우하며 의견을 존중했다. 그들은 자신이 대표이사건, 본부장이건 특별한 대우를 바라지 않았다. 그저 업무의 본질에 집중했다. 그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방식을 강요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최상의 결과물만을 요구했다.


 끝으로 그들은 '정보, 권력, 공간'에 대한 독점욕이 없었다. 조직의 시스템과 그라운드룰 역시 우리 조직에서 활동하는 리더에게 이 세 가지 독점을 허용하지 않도록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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