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그냥 독일 보내주시면 안 되나요?
독일 바이로이트 대학교 단기 파견 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모든 것이 다 끝난 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은 정말 큰 착각이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리 대학교 관계자가 나를 승인한 것뿐이지, 내가 상대교의 기준에 부합하는지는 두고 볼일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요구하는 별도의 지원 서류를 다시 한번 제출해야 했고, 이 과정을 포함한 파견교와의 모든 연락은 오롯이 학생 개인의 몫이었다. 궁금한 점이 생긴다면 직접 문의한 뒤 독일에서 답장이 오기까지 잠자코 기다려야 할 뿐이었다.
자매결연 대학임에도 별도로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점과, 학생이 개인적으로 거의 모든 절차를 처리해야 한다는 상황이 의아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코로나로 대학을 제대로 다녀보지 못한 탓에, 나 자신이 아직도 담임선생님의 울타리 안에서 안주하던 고등학생에 머물러있는 것은 아닌지 씁쓸해졌다.
파견교는 Motivation Letter를 통해 해당 과목을 수강하고자 하는 이유를, 그리고 CV를 통해 현재 내 전공이 연관이 있는지와 관련 선수과목 이수 여부를 파악하려는 것 같았다. 이 모든 것을 당연하게도 영문으로 작성해야 했는데, 그보다 오히려 어떤 내용을 적을지 고민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렇다 할 공모전이나 대외활동 경력 없이 2년간 온라인 강의를 들은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교에서 공부했던 독일 교환학생 친구들과 줄곧 이야기했던 내용을 떠올려보니 도움이 되었다. 그들로부터 간접적으로 느낀 독일 대학교의 학풍이 매력적이어서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다는 것과, 내가 공부하고자 하는 환경 기술과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독일이 얼마나 선도적인 국가인지를 담았다. 마지막으로 특히 신경 써서 공부했던 전공과목과 운 좋게도 한 학기 성적 장학금을 받았던 이야기를 작성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합격 메일을 받게 되었다!
그냥 형식적인 절차였던 걸까 의심도 해보았지만, 같이 파견을 준비한 몇 분은 연락을 받지 못해 항공권과 숙박 예매도 못하고 기약 없이 기다리셨다는 얘기를 들으니 그건 또 아닌 것 같았다.
당시에는 번거롭게만 느껴졌던 이 과정이 왜 이루어졌어야 하는지 막상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나니 곧바로 수긍할 수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 발행될 에피소드로 더 자세히 다뤄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