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춘예찬 Nov 07. 2023

03.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가보고 싶은 나라는 너무 많다

이제 복잡한 고민은 끝났고, 행복한 고민만 남았다.

기왕 독일까지 가게 됐는데, 유럽 여행을 안 하고 돌아올 순 없지, 아무렴.


무작정 아이패드를 꺼내서 가고 싶은 도시들을 지도 위에 빨간색 선으로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바이로이트에서 시작된 이 선은 우리가 흔히 관광지로 생각하는 대부분의 유럽 도시들을 가로질러 야심 차게 뻗어갔다.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를 따라 내려가다가 돌연 알프스 산맥을 가로질러 스위스와 이탈리아로 이어지기도 하면서 말이다.


허나 그 구간을 무엇을 타고 이동할 건지, 심지어 연결편이 있기나 한건지도 모른 채 무모하게 벌인 일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스스로 나름 신경 써서 짠 계획이라며 합리화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 구간은 밤샘 기차를 타면 되겠고, 이 도시는 별로 볼 게 없는 것 같은데 하루면 충분하겠지?'


환상에 젖어있던 내가 현실을 직시하게 된 것은 다행히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우선, 역시나 교통수단이 발목을 잡았다. 내가 이동하고자 하는 날에 두 도시 간 연결편이 없거나, 가격이 천문학적으로 비싼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일정 자체가 너무 빡빡한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으리라 보았다. 국내 당일치기 여행도 아닌데 일부 도시를 하루 만에 보고 넘어간다는 생각은 무리가 있었다. 유튜버들의 여행기만 봐도 비행기나 기차가 연착되어 곤란을 겪는 상황이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데, 내게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떨까? 도미노가 쓰러지듯 남은 일정에 전부 큰 타격을 입힐 것은 안 봐도 비디오였다.


내가 지금껏 짠 것은 여행 계획보다는 버킷리스트에 가까웠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2주 남짓의 일정으로 방문할 수 있는 도시의 개수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대신, ‘그동안 우리 학교에 왔던 교환학생 친구들을 하나씩 찾아가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독일 하노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위트레흐트, 벨기에 브뤼셀, 프랑스 파리...


예상 여행 경로 상의 도시에 사는 열두 여명의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렸고, 정말 고맙게도 그들 모두가 나와의 Reunion에 흔쾌히 응해주었다. 그리고 그중 몇몇은 숙식까지 제공해주기도 했다.


'교환학생 친구들과 한국에서 놀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내가 그들의 도시에 간다니!'


그렇게 나의 특별한 여행 계획이 완성되었다. 이 이야기들은 추후 별도의 매거진을 만들어 마음껏 다뤄보고자 하니 기대해 주시라.


그리운 친구들을 찾아서!
매거진의 이전글 02.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