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인듯 교사 아닌듯

만날 수 없어 만나고 싶은데

by 시쓰는국어쌤


수업만 20시수

동아리 3시수

1,2,4,5,7교시 매일매일

공강 한시간 이상 없음


교과부장

중2 담임

성적처리


일이 많다

일이 많은건 그렇다 쳐도

일할 시간이 없다

일할 시간이 없는건 그렇다 쳐도

학생들 상담할 시간이 없다


학기초보다 시들시들해보이는 아이들

한명씩 만나 목소리 듣고

고민도 듣고 힘을주고 싶어

5월에 또 시작한 학급 아이들 상담

시작한지 3분도 안되서

학교 방송으로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


"교내에 계신 선생님들은

지금 바로 교직원회의에 참석 바랍니다."

애써 무시하고

아이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니

빨리 오라고

쉴새없이 울리는 전화


국어 기초학력 대상자

수업을 진행하려고

방과후 일정을 잡아보려니

교직원회의

연수

연수

회의

회의

제출하세요1

제출하세요2

제출하세요3

급식지도

학년부 필수회의와 회식

"선생님이 미안하다."


장기결석하는 학생

학교왔을때 좋은기억 만들어주고 싶어

함께 쿠키 만들기

썬캐쳐 만들기

더 이어지지 못한

라포 만들기


점심시간까지 쪼개고 다 쪼개도

나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만날 수가 없다


'만날 수 없어. 만나고 싶은데 그런 슬픈 기분인걸.'


음...


수업 준비는 물론이고

수행평가 채점할 시간도 없다


아이들을 언제 만나라는 것인지

학교가 정말 학교가 맞는지

아이들을 만나고 지도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것인지.


교육부와 교육청은

왜 이토록

학교를 학교로 존재하지 못하게 하는건지.


교사이고 싶어

교직을 그만두게 되는

역설적인 일이 일어날수도 있을는지.


벤치에 나란히 앉아

10분 남짓 짧은 상담을 하며

'무슨 일 있으면 꼭 선생님한테 얘기해 줘.'라고 말씀하시던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짧은 한학기 우리 담임쌤을 맡아주셨던

수학, 송유정 선생님이 생각난다

그 짧은시간 잠깐이었지만

진심으로 걱정해주시던 눈빛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선생님

잘 지내시지요

감사했습니다

지금도 감사하고요

그 짧은 시간과 눈빛의 무게가

깊고 값진 것이었다는 걸

더더욱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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