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교생, 중닭 되기까지의 생존기
4월이 오면, 어김없이 그 교실의 소음과 떨리는 내 심장이 떠오른다.
병아리 교생이었던 나는, 5월 한달간의 봄날을 절대 잊지 못한다.
학교 사정상 5월에 교생실습을 나갔다.
사범대 국어교육과에서 3학년까지를 보내며, 교사가 꿈이었던 적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닥쳐온 4학년, 교생실습. 그날이 그렇게 빨리 찾아오게 될줄은 몰랐다. 교생실습을 다녀와서 정 아니다 싶으면 교사의 길을 영영 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4학년, 봄, 그리고 5월
교생실습을 가게된 학교는 서울의 한 남녀공학 중학교. 중3으로 배정받고 5월 첫날 출근 아닌 출근을 했다. 내가 거울로 봐도 나는 병아리선생님의 모습이었다. 지금은 중닭 정도 되려나? 저쪽에서 노려보면 이쪽에서도 마주 노려볼 정도의 깡다구를 가진 중닭 교사 정도는 되는것 같다.
여하튼, 중3 남학생 반으로 배정되었다. 그것도 꼴찌반이라고 했다.
이 시간이 끝나고 나는 더이상 '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무게에서 해방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교생실습 첫날, 기대감에 가득찬 아이들 앞에서 인사하는 것이 어찌나 떨리던지..
꽤 호응해 주어서 고마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침 조회 시간에 들어가니 세상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와글와글 야 이X끼야 저X끼야 와글와글 와글와글"
그러던 와중에
"퍽(정확히는 '짝'소리와 뒤섞인 그런 소리였다.)!"하는 소리와 함께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일순간 고요해졌다. 앞자리 학생이 옆 짝꿍을 신발 깔창으로 때린 소리였다. 그리고 몇초 지나지 않아
"와하하하하하하"
자기들끼리 또 웃기다고 난리다.
그러는 와중에도 한명씩 슬금슬금 뒤를 돌아 나를 쳐다봤다.
내가 무언가를 할까 궁금한, 혹은 무언가를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까.
도저히 그 자리에서 어떤 것도 할 수 없을것 같아서
담임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선생님, 저 어떻게 해야될까요? 애들이 너무 떠들어요."
지금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법한 질문을 했다.
담임 선생님은 연차가 아주 오래된 남자 선생님으로, 50대 중후반 되신 분이었다. 보기에따라 60대초로도 볼 수 있었다.
"딱 두 글자만 말 하세요."
"닥.쳐 라고"
음... 아이들에게 평범한 말 한마디도 못하는 사람에게 그것은 너무나도 무거운 대사였다.
다시 교실로 들어가 교실 뒤편에서 힘 없이 서성였다.
'드르륵'
이윽고, 담임 선생님께서 문을 여시고, 얼굴만 교실 안에 쏙 집어 넣으시고는
짧고 굵게 말씀하셨다.
"닥쳐"
화난 말투도 평범한 말투도, 장난스러운 말투도 아닌 그 어딘가의 중간쯤 되면서 상당히 힘있는 두 글자였다.
그 두 글자의 말로 아이들은 다시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그렇게 조마조마했던 첫날의 아침 조회가 끝나고..
종례시간
아침 조회 시간과 다를 바가 전혀 없었다.
"와글와글 야 이X끼야 저X끼야 와글와글 까르르르 푸하하하 XX끼 와글와글"
전혀 단 한순간도 조용히 하지 않는다.
이것이 중3 남학생반의 디폴드 값인가
그러다가 또다시 조용해졌다.
"뭐 이X끼야"
"니가 먼저 야렸잖아"
"야리긴 뭘 야려 니가 먼저 띠껍게 봤잖아"
......
싸움이 붙은 것이다.
.....
싸움 소리를 듣기 위해 조용해졌고 모두 그쪽을 향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아이들이 와글와글하다가 갑자기 조용해지는건 다 이유가 있어서 그렇단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싸움에 귀를 기울이며, 또다시 한두명씩 뒤에 있는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선생님, 어떻게 하실 거예요?'라고 말하는것 같았다.
여중 여고를 졸업한 나는.. 이 상황이 너무 생소하고
싸우는 상황이 무서웠지만, 선생님이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다.
쿵쾅쿵쾅 뛰는 심장과 덜덜 떨리는 손을 애써 숨기며
싸우는 두 학생 중 더 기가 세 보이는 아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너 이름이 뭐야?"
흠... 교생이었으니까 그 상황에 그런 질문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영화 ‘너의 이름은’ 찍는 줄 알았다. 이름이 뭐냐니, 내가 생각해도 웃기다."
아이는 고개를 내쪽으로 홱 돌리더니 쏘아 붙이듯이 말했다.
"그건 왜요?"
순간 너무 무서웠다. 싸우기 싫은데.. 그리고 또 나는 기억에 대대손손 남을 비굴한 대답을 했다.
"아.. 저... 명렬표에 있는 사진이 너 맞나 해서.."
아이는 내가 불쌍했던 건지 경계 태세를 풀고 장난기 어린 웃음을 보이며
"아~ 그거 중1때 찍어서 그렇게 찐따처럼 나온거에요. 그거 저 맞아요."
"아 그렇구나.."
그리고 그 순간 담임 선생님께서 들어오셨다.
완벽한 타이밍에 들어온 구세주 같았다.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듯 싸움을 멈추고 담임 선생님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둘의 싸움을 해결하지 못해 걱정이 된 나는 계속해서 교실 뒤를 왔다갔다 했다.
담임 선생님의 종례 시간
"야 이것들아 그만좀 떠들어라. 니들은 나중에 아빠가 되서도 그렇게 조잘조잘 댈 거냐?"
그 말에도 초롱초롱한 눈들은 아랑곳하지 않았고
계속해서 어디 흥미로운 일이 있나를 탐색했다.
종례가 끝났다.
'아까 싸운 저 둘은..'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이들 쪽을 쳐다보니
서로 마주보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어깨동무를 하며 교실 문을 나선다.
응?
어쨌든 휴....
하루가 이렇게도 다사다난할 수가 있구나..
퇴근 후 집에 와서, 컴퓨터를 하고 있는 오빠에게 말했다.
"나 교사는 못할 것 같아."
....
그날 밤 처음으로 교사의 무게에 대해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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