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옥다혜 Nov 19. 2022

아빠에게 묻지 못한 질문들

늦은 후회와 질문들

언젠가 장례식장에서 아빠를 보낸 친한 언니가 말했다. 

"지금이라도 자주 찾아가봐.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남겨두고"

"아빠를 보내고 나니, 후회만 남아. 더 잘할 걸. 미운 건 하나도 기억이 안나더라 다혜야. " 


언니의 진심어린 조언이 내게는 잘 와닿지 않았다. 

"모르겠어 언니. 난 자꾸 아빠가 미워." 


아빠에게는 올해 5월 뇌졸중이 찾아왔다. 


발병 첫날. 

"놀라지마. 아빠 뇌졸중이래"

엄마는 아빠가 별로 심하지 않다고 했다. 밥도 먹고, 몸도 움직일 수 있다고. 잘 치료하면 된다고. 


그리고 그 다음 날 아침 

아빠는 큰 병원으로 옮겨졌다. 갑자기 밥도 못 먹고 몸도 움직일 수 없었다고 했다. 나는 다급하게 회사를 나왔다. 아빠가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아빠는 응급실에 있었고, 전혀 몸을 움직이지 못했고, 말을 하다가 잠들기 일쑤였다. 몸에는 수많은 전선이 붙어 있었다. 


내가 아빠를 찾아간 날은 5월 10일 이었다. 


내가 생생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내 삶에서 가장 후회하는 순간이어서다. 5월 8일, 나는 가족 여행을 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몸이 너무 피곤했고,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았더니 숙소가 비쌌다. 그냥 집에서 쉬고, 다음에 여행을 가야지 했다. 다음이 또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렇게 아빠가 쓰러졌고, 함께 여행을 못 갔던 게 너무 미안했다. 바쁘다는 이유로 몸이 힘들다는 이유로. 함께 여행을 가는 건 쉽지 않다는 이유로. 별별 이유로 함께 더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게 미안했다. 


기도했다.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더 시간을 주면 정말 아빠에게 잘하겠다고. 


하지만 나는 이내 그 때의 감정을 잊고 일상으로 복귀했다.  


뇌졸중을 발병했을 때가 최악이라고 한다. 발병 후에 차차 어느 정도는 회복한다. 사람마다 얼마나 다시 좋아지는 지는 다르지만. 아빠도 어느정도 좋아졌다. 그리고 계속 좋아질 줄 알았다. 좋아지고 있으니 나는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다. 


물론 아빠를 외면하게 된데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아빠에게 서운했다. 내가 병원에 찾아갔을 때, 아빠와 둘이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아빠는 둘만 남았을 때, 나에게 아빠가 준비한 [자랑스러운 시민 상] 서류를 제출해달라고 했다. 어떻게 딸과 둘이 있는 순간에도 아빠는 봉사 이야기만 할 수 있는 지 솔직히는 미웠다. 


원래 아빠에게 서운했던 장면들도 떠올랐다. 왜 아빠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면서 우리 가족에게 좋은 사람은 아니었을까. 왜 나와 엄마를 외롭게 했을까. 왜 아빠에게는 나보다 중요한 사람이 그렇게 많았을까. 그게 참 많이 서운했다. 아빠는 나를 좋아했을까. 나라고 꼭 아빠를 좋아해야할까. 못나게 그런 마음만 들었다. 


그래서 자주 시간을 내서 아빠를 찾아가진 않았다. 언니의 조언을 무시했다. 막 아빠를 떠나 보냈던 언니의 조언을. 그리고 딱 한달 후, 나는 또 하나의 후회를 남겼다. 올해 9월 아빠가 떠났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곳으로.  




아빠가 많이 미웠는데, 실은 내가 아빠를 많이 좋아했었나보다. 아빠와 나는 대화가 많지 않았고, 아빠도 나와 많은 이야기를 하는 아빠가 아니었지만, 나는 많이 사랑받고 싶었고, 사랑받고 싶었던 만큼 아빠를 미워했다.


늘 부정적인 감정, 후회에서 나는 빨리 도망치는 편을 택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도망쳐서 후회할 일을 반복한 것 같아서. 부끄럽고 후회되고 올해는 스스로 내가 나를 용서하기 힘들게 밉지만, 그냥 조금 더 머물러 있기로 했다.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되니, 듣고 싶은 말도 많았고, 묻고 싶은 말도 많았다. 평소에는 정말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고.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참 아는 게 없었다. 많이 무서웠는 지, 후회하지는 않았는 지, 어떤 마음이었는 지, 나를 좋아했는 지. 


아빠를 떠나 보내고 난 후 나는 서울로 돌아가지 않았다. 조금 더 부산에 더 머물기로 했다. 아빠의 흔적 속에서, 혼자 힘들어하는 엄마 곁에서. 그렇게 뒤늦게 아빠를 기억하고, 질문하고, 이해하고, 함께하려 한다.  

 




keyword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