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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다혜 Nov 19. 2022

왜 그렇게 벤치가 좋았어?

벤치와 아빠

"자리가 참 좋네요. 높고, 시원하고"

"벤치도 있고, 나무도 있고 회장님이 좋아하시겠어요."


아빠의 묘지에서 아빠가 이끌던 봉사단체 사람들이 말했다.

아빠는 벤치를 참 좋아했다고 했다. 

나보다 아빠와 더 많은 시간들을 보내고, 함꼐했던 사람들 이야기였다. 


생각해보면 아빠는 늘 발걸음이 느렸다. 통풍도 있었고, 생각해보면 퇴직 전에 회사를 다니다 다리를 다쳤던 것 같다. 조금만 걸으면 힘들어했다. 여행을 가는 것도 싫어했다. 생각해보면 아빠의 발걸음에 맞춰걷기보다는, 기다려주기보다는 그런 아빠가 답답했다.


그런 내가 아빠를 보내고 2주 만에 다리를 다쳤다.


회사에는 부산에서 당분간 재택근무를 하겠다고 요청드렸다. 부산에 머물면서 잠시 미팅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지하철 계단을 내려오다 다리를 삐었고, 뼈가 부서졌다. 


아빠 곁에서 아빠 생각을 더 하고 싶어서 부산에 좀 더 있겠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되었다. 

다치고 나니 아빠 생각이 더 많이 났다. 


목발을 짚고는 조금만 걸어도 멈추게되었다. 평소에는 이 정도 걷는 게 하나도 힘들지 않았는데, 만 걸음 정도는 거뜬히 걸어다녔는데, 조금만 걸어도 너무 힘들었다. 사실 열 걸음도 힘들었다. 엄마는 묵묵히 옆에서 기다려줬다.


왜 아빠가 힘들어할 때 나는 기다려주지 않고, 늘 짜증만 냈을까? 아빠도 답답해서 어디든 가고 싶었을 텐데 조금만 움직여도 힘드니까 답답했을 거다. 하지만 나는 늘 눈치만 줬다. 



벤치에 누워서 바라본 하늘


10분도 못 걷고 벤치를 찾아 앉게되었다. 가만히 앉아 있고 엄마는 걷다 오라고 했다. 벤치에 앉아서, 누워서 바람을 느끼는 것이 좋았다. 하늘이 예뻤다. 그래도 엄마와 이렇게 외출해서 좋았다. 평소에는 늘 집에 앉아서 일만 하는데. 잠깐이라도 나오니 좋았다. 앉아서 볕도 느끼고 바람도 느낄 수 있다는 게 감사한 거구나 알게 되었다. 


아빠가 중간에 멈춰서 벤치에 앉아 있고, 엄마와 내게 다녀오라고 하면 나는 그게 참 서운했다. 같이 가고 싶었는데. 나는 그래서 더 퉁명스러웠다. 그래도 아빠는 이렇게라도 나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었던거구나. 멀리까지 같이 걷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함께 있고 싶었구나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으면 사랑을 느끼지 못했던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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