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할 수 있는 epub 제작
드디어 epub 제작 편이다.
1.
epub 제작은 html 마크업 언어를 기반으로 sigil 이라는 gui 에디터를 활용하여 xml 컨테이너 파일과 opf 매니페스트를 구성하는 과정이다. dom 구조와 css 스타일시트를 이해해야 하며, xhtml 표준을 준수한 메타데이터 구성과 ncx 네비게이션 파일 생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2.
각 페이지는 'html'이라는 언어로 구성된다. 여기서 핵심은 '태그(tag)'다. 태그는 꺾쇠(<>)로 둘러싸인 명령어로, 어디가 제목이고 어디가 문단인지 구분해준다. 예를 들어 <h1>이것은 제목</h1> 처럼 제목을 표시하고, <p>이것은 문단</p>처럼 문단을 표시한다. 이런 태그를 사용해 epub을 만든다.
3.
쉽게 말하면, 레고 놀이다. 다양한 모양과 색상의 블록을 조립해 원하는 구조물을 만드는 과정이다. 빨간 블록은 제목, 파란 블록은 문단, 노란 블록은 이미지를 나타낸다고 생각해보자. 순서대로 쌓아 올리면 멋진 무언가가 완성된다. 몇 가지 기본 블록만 알면 누구나 epub 파일을 만들 수 있다.
관식이가 양배추 팔듯, epub 문의를 남기는 작가님에게 "epub 제작 쉬워요. sigil 다루기 쉬어요"라고 말한다. 레고를 빗대어 html, epub, sigil을 소개한다. 하지만 (관련 지식이 없는)작가님들에게는 내 설명이 전문용어 가득한 복잡한 설명으로 들리는 듯하다. 어려워하신다.
'html 언어를 활용한다'라는 말은 비전문가한테 폭력적이다. 달리 말하자면, 언어/코드/코딩이라는 단어가 주는 보이지 않는 압박이 있다. 작가님들은 'PC를 잘 다뤄야 할 수 있을 법한, 논리적인 사고가 필요한' 분야로 여기신다.
마치 '범죄 영화에서 통장을 해킹하는 안경 쓴 해커만 이런 걸 쓰지' 라는 뉘앙스로 "어후 내가 어떻게 해요..."라고 말하기도 하신다. 평생 다뤄보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볼 일이 없을 거 같은 이 폭력적인 html. 작가님들에게 겁을 준다.
html은 어렵지 않다. 개발자 친구는 html을 '코드'라고 부르지 않는다. 개발자가 다루는 진짜 프로그래밍 언어(Java, Python, C++ 등)에 비하면 html은 그저 '마크업1)'일 뿐이라고 한다. 태그로 감싸기만 하면 되니, 마치 종이에 형광펜으로 중요한 부분을 표시하는 난이도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epub 만들기는 '개발'이 아니라 '구성'에 가깝다.
1) 워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워드에서 제목을 만들 때 '스타일' 메뉴에서 '제목1'을 클릭하거나, 글자를 굵게 만들려고 B 버튼을 누르는 것처럼, html에서는 이런 작업을 태그로 수행한다.
작가님들이 뚝딱 epub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생각이 '소리 없이 피어나는 전자책' 시리즈의 시발점이다. 작가님들의 epub 관련 질문을 따로 모아뒀다. epub 제작 편은 질문에 답하는 구성으로 내용을 채우지 않을까 싶다. 물론 기본 개념도 설명한다.
나도 진성 문과인지라 GUI 에디터, XML 컨테이너 파일 이런 개념을 잘 알지 못한다. 그냥 epub을 어떻게 만드는지만 알고 있다. 그래서 '이런 거 모르겠고, 그냥 sigil로 epub 만드는 방법이나 알려줘' 라고 말하는 작가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글을 쓰려한다.
한 가지 부탁하자면 생소한 내용을 봐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궁금해 하셨으면 좋겠다.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시대이지 않은가. 생소한 걸 두 번 보면 눈에 익는다. 그럼 익숙해진다.
다음 편에서는 본격적으로 epub 파일을 살펴볼 예정이지만, 실제 epub 제작은 유튜브 영상을 따라 해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 글의 목적은 복잡해 보이는 epub 제작이 '생각보다 쉽다'는 것을 알려드리는 데 있다. 어쩌면 당신이 만든 첫 epub 전자책은 이 시리즈가 끝나기 전에 완성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