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먹이사슬 #이끼 #열등감
― 제대로 말 안 하면 경찰에 신고한다!
― 저 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
― 그럼 누군데? 기가 막혀.
― 전혀 모르는 일이에요. 저도 억울해요.
― 거짓말 아니지? 너 그림아파트 살아?
― 네. 그건 왜요?
― 그럼 아무 번호나 쓴 것도 아니네. 네 휴대폰 번호 알고 적은 거네. 나도 같은 아파트야. 세상에 누가 이런 장난을 치지? 아무리 어리다지만 진짜 악질이다. 완전 싸패네. 장난칠 걸 장난쳐야지. 너 괴롭히는 친구 있니?
― ......
― 아줌마가 너한테 화낸 거 아냐. 직접 전화 안 하고, 번호 쓴 거 보고 장난일 거라 예상은 했어. 그런데 강아지를 찾을 방법이 없어서 너무 힘들다. 혹시 뭐 좀 알게 되면 연락 좀 줄래?
― 네.
― 그리고 너 괴롭힘 당하는 거면 선생님께 꼭 말씀드려.
아린이다. 유아린일 거다. 아무 증거도 없고 심증일 뿐이지만 분명하다. 지유는 휴대폰을 꺼내 아린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간다. 학원 복도에서 친구와 찍은 움파룸파 챌린지 릴스가 올라와 있다. 제대로 추지도 않고 둘이 얼굴 가리고 낄낄대는데 좋아요가 73개나 된다. 고등학생 언니, 오빠들 댓글도 있다.
― 아린이 너 회장 선거 안 나가?
― 그걸 왜 해. 전교회의 가야 하잖아. 난 부회장 할 거야.
지난주 아이들의 추천에도 아린은 회장 선거에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본인의 뜻대로 부회장이 되었다. 예쁘장한 얼굴, 유난스럽고 발랄한 행동으로 어디를 가든 주목받는 아이. 너무나 쉽고 당연한 일이었다.
지유와 아린은 지금까지 다섯 번이나 같은 반이었지만 노는 무리가 달랐기에 딱히 말을 섞지 않았다. 아린이 지유에게 말을 걸게 된 건 이번 회장 선거 이후였다.
― 야, 이지유! 애들 자리 앉혀. 종 쳤는데 뭐 하냐?
― 아하하하하. 이지유 진짜 웃겨. 회장인데 그것도 못 풀어. 잘하는 게 있긴 하냐?
― 우리 반 회장 후보 한 명이었잖아. 그치? 이지유! 지유야?"
'너지?'
지유는 아린에게 DM을 보내려다가 만다. 보나 마나 아니라고 할 텐데. 증거가 없다. 네가 요즘 나를 아니 꼬아하잖아가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그리고 사실 두렵다. 섣불리 의심했다가 아린의 눈 밖으로 나면 학교생활 어려워질 거다. 견고한 먹이사슬. 지유는 교실에서 자신의 위치를 안다. 이끼처럼 고립된 동네. 요양원 밖에 없던 경기도 외곽 지역에 10년 임대 분양전환 주택단지가 들어섰다. 아파트 열여섯 동과 3층짜리 상가 한 채, 그리고 초등학교, 중학교 외에는 아무 시설도 없는 동네. 아파트 주민 모두가 같은 시기 입주하였고, 아이들은 모두 같은 학교에 다닌다. 이미 초등학교 때 먹이사슬은 형성되었고 포식자는 매년 교실의 주인이 된다. 피식자도 딱히 벗어날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른 대안이 있을 거라는 감각조차 없기에. 너무나 당연한 시간이 익숙했다.
이 고립된 생태계에서 피식자가 무투표 당선 회장이 되었다. 이 사건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상할 만큼 지유는 똑똑하지도, 영악하지도 않았다. 지유는 단지 회장이 되고 싶었다. 회장이 되면 아린이처럼 나설 수 있고 주목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순진한 바람. 아린은 지유에게 무시하기 좋은 회장의 위치가 어디인지 정확히 가르쳐 주었다. 자기가 여왕인 양 학급 아이들을 대놓고 차별하고 깔보는 나쁜 계집애. 지유는 아린이 미웠고 친해지고 싶었다. 인스타 화면을 끄고 휴대폰 액정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본다. 마스크를 내린다. 인중은 길고 입술은 얇다. 예뻤다면 아린이네 무리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 가방 앞주머니에서 틴트를 꺼내 입술에 바른다. 다시 마스크를 올린다. 짜증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