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악동이 되었는가(4)

4화.함정 #역설 #짝

by 오독오독

또 유아린이 짝이다. 제발 제비뽑기로 자리 좀 정했으면 좋겠다. 아니면 원하는 사람끼리 앉게 해주던지. 선생님이 자리를 정하면 지원은 늘 시끄러운 아이들과 짝이 된다. 아마 아린이 무리가 떠들지 못하게 떼어놓으려는 의도겠지만 이 생태계에서는 그런 일차원적인 발상은 통하지 않는다. 아린은 담임 시간 외에는 대놓고 원하는 친구 옆자리에 앉는다. 그럼 그 친구의 짝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교과서를 들고 자리를 옮긴다. 지원은 옆에 누가 와 앉아도 굳이 아는 척하지 않는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객관적으로 이상한 상황이지만 그 누구의 입에도 오르내리지 않는다. 차라리 아린이 계속 오지 앉았으면 좋겠는데 어김없이 종례 시간이 되면 되돌아온다.

― 신지원. 너 팔 왜 그래?

― 다쳤어.

지원은 블라우스를 손등까지 당겨서 내린다.

― 우와. 봐봐.

― 싫어. 넘어져서 쓸린 거야.

― 면적이 아닌데? 그리고 쓸리면 그런 얇은 선 안 나와.

― 거의 나아서 세게 긁힌 곳만 남은 거야.

― 딱지도 없는데 무슨

대강 둘러댄다고 넘어갈 아린이 아니다. 못보게 하면 더 수상해 할 거 같아 지원은 팔을 계속 움직인다.

― 딱지는 긁어서 떨어졌지.

― 뭐로 그었냐?

― 됐어.

지원이 대답을 피하자 아린은 지원 팔을 낚아채 상처를 유심히 본다.

― 오 신지원 대단한데! 커터칼로 그었지?

― ...

― 대박, 개멋져! 범생인 줄 알았는데 겁도 없네."

― 아냐.

― 웃기시네. 그었잖아. 뭐로했냐? 알려주면 내 비밀도 알려줄게. 비밀 공유하자."

이게 무슨 상황이지. 지원은 아린과 같은 동에 살고 반도 같지만 한 번도 친구라고 생각해 본 적 없다. 그런데 갑자기 비밀을 공유하자니.

― 아니라니까.

― 왜 이래. 나도 해보고 싶었는데. 쫄려서 아직 못했어. 비밀 지킬게. 피로 맹세하자. 응?

지원은 아린을 믿지 않는다. 진지함이란 1도 없는 아이. 하지만 더 싫다고하면 소문을 낼 거라는 것도 안다.

― 이따 저녁에 너희 집으로 내려갈게. 문 열 때까지 초인종 누를 거야.

아린 눈이 반짝거린다. 진짜 올까? 그냥하는 말일까.


사실 지원의 상처를 본 사람은 아린만이 아니었다. 그때 영이는 지원을 걱정했다.

― 팔 왜 그래? 보건실 다녀왔어?

― 연고 잘 발라. 흉터 생기겠다.

하지만 영이의 친절은 거기까지였다.

― 위클래스 가면 선생님이 간식도 주고, 상담도 해주신대.

영이는 지원에게 왜 다쳤는지 묻지 않았다. 알면서 모른 척. 고작 보건실, 위클래스라니 정말 무미건조하다. 영이와 사이가 멀어진 것도 그때였다. 상처를 들킨 후 지원은 영이가 자신을 피하는 느낌을 받았다.

― 나 학원 보충 있어서 나중에 놀자.

― 다음 주는 계속 바쁠 거 같아. 할 일이 있어.

― 엄마가 이제 저녁에 폰 하면 뺏는다고 해서 답장 못 했어.

지원은 영이의 말들이 더 관여하고 싶지는 않다는 뜻으로 들렸다.

― 신지원. 너 팔 왜 그래?

아린에게 상처를 들켰을 때 지원은 놀림거리가 될 거라 생각했다.

― 오 신지원 대단한데! 커터칼로 그었지?

관종이라 비웃을 줄 알았는데 쿨하다니. 피식 웃음이 난다. 지원은 저녁에 진짜 아린이 본인 집으로 내려올지 궁금해졌다. 기다리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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