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머리핀 #포식자 #품행장애
'지루해.'
이지유는 별말 없고, 노잼 신지원과 짝이 되고. 오늘 아린은 짜증이 날 정도로 따분하다. 이지유에게 먼저 운을 띄워야 하나. 강아지 주인이 연락 안 했을 리는 없을 거 같은데. 아직 전단지에 적어둔 번호를 못 본 걸까.
이렇게 아무 일도 없는 날은 누군가와 싸우기라도 하고 싶다. 거리가 없나 교실을 살펴본다. 2분단 제일 앞자리에 앉은 해나가 눈에 들어온다. 머리에 커다란 리본 핀을 하고 있다. 요즘 인터넷 쇼핑몰에서 많이 보이는 발레리나 스커트 재질의 시스루 머리핀. 초등학생들이나 할 만한 저런 공주 리본이 유행이라니. 뭐 사실 모양은 큰 상관없다. 아린은 국어책을 가지고 일어나 해나 옆에 앉는다.
― 야, 머리핀 샀냐?
― 응, 어제 택배 왔지. 예쁘지? 흰색, 검은색 중 엄청 고민했다는.
― 둘 다 사지. 뭘 그런 걸 고민하냐? 나 해볼래!
―...... 그래.
여백 있는 대답. 아린은 할 수 없이 머리핀을 빼는 해나의 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본다.
― 어울려?
― 응... 넌 갈색 머리라 리본이 더 잘 보인다.
― 그럼 나 빌려줘. 집에 갈 때 줄게.
이런 실용성 없는 유행템은 빨리 질린다. 애들도 처음에나 호기심 갖겠지. 며칠 지나면 그냥 아린이가 했던 머리핀일 뿐이다. 해나가 나중에 해봤자 아린이가 했던 머리핀을 해나가 따라 한 게 되겠지.
― 왜 싫어? 넌 학교 끝나고도 할 수 있잖아. 치사 떠냐?
― 딱 6교시까지 만이야.
― 씨발, 당연하지. 내가 이걸 갖겠냐?
안 줘도 뭐라고 못할 거면서 센 척은. 하지만 아린은 오늘 집에 갈 때 진짜로 머리핀을 돌려줄 예정이다. 내일 아침에 다시 빌릴 거니 굳이 뺏을 이유가 없다. 충분히 질릴 때까지 계속 빌릴 예정이다. 해나는 집에서 하면 된다. 해나 머리핀이니까. 분명 물어보고 빌린 거고, 약속대로 돌려줬다.
― 나 머리 묶는 거 인스타 올리게 뒷모습 찍어줘.
아린은 해나에게 휴대폰을 주고 리본 핀을 크게 벌려 머리를 높게 묶는다. 억울한 듯, 불안한 듯 자신의 손가락을 보고 있을 해나. 일부러 탁 소리가 크게 나게 핀을 잠근다. 기분이 한결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