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달리기는 언제나 상쾌하다. 폐로 들어가는 신선한 공기는 나의 기분을 머리끝까지 올려준다. 매일 이 하천을 뛰다 보면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다. 포메랑 함께 아침마다 산책을 하는 할아버지, 다이어트 중인듯한 어린 학생, 엄청 빠르게 지나가는 젊은 총각 등. 서로 인사는 나누지 않지만 볼 때마다 반갑고 안 보이면 무슨 일이 있나 싶어 걱정이 되었다. 저들은 나를 보며 어떤 누구라 생각할까. 뱃살을 걱정해 아침마다 조깅을 하는 중년 아저씨? 아들 딸 아침 차리다 꼴 보기 싫어 뛰쳐나온 아줌마? 아니면 웬 꼬마가 이 새벽에 혼자 나왔을까 싶을 수도 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면서 누구든지 될 수 있다. 그저 눈에 띄지 않는 기억나지 않는 무언가일 뿐이다. 나는 오늘도 상쾌하게 달리기를 마치고 본업을 하기 위해 앞서 달리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다가갔다. 나는 죽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