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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Mar 08. 2016

화조

단상-1

버스를 타고다가 앞좌석 유리창에 빨간색의 앵그리버드 인형이 달린 승용차를 봤다. 인형은 위태롭게 진자운동을 했다. 모바일게임이었던 앵그리버드는 확실히 인기가 있었다. 스타워즈나 다른 테마로 게임이 제작되기도 했다. 앵그리버드에서는 나쁜 돼지 무리를 물리치기위해 새들이 새총에 실어져 발사된다. 나쁜 '돼지'무리를 겨냥한다는 점에서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이 생각났고, 딴에는 70년대 주구장창 유행했던 반공운동의 일종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앵그리버드는 불쌍한 존재다. 새총에 실려 날려가면 딱딱한 벽, 차가운 얼음, 아무리 부딪혀도 꿈쩍않는 제3의 물체에 부딪친다. 부딪치면서 새의 몸은 산산조각이 난다. 깃털은 한 두개만 날릴뿐이다. 현실에선 새가 새총에 맞아 죽지만 여기서는 새가 새총에 날려져 죽는다. 그들은 그 옛날의 카미카제와 다름이 없다. 형형색색의 카미카제들이, 제각각의 쓰임을 가지고 돼지가 지키고 있는 벽돌의 요새로 날아간다. 포물선을 그리면서 y축으로는 가속운동을, x축으로는 등속도 운동을 한다. 마침내 벽에 부딪히고 그들은 깃털 몇개를 공중에 뿌리며 산화된다. 새총 밑에, 떠나간 그들의 유서가 수북히 쌓여있을 것이다.


20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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