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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Mar 17. 2016

사자를 버리다

단상-2

아침에 엄마가 문득 나에게 물었다. 

"네가 사막에 있는데, 동물들을 데리고 가고 있어. 사자, 양, 원숭이, 말. 이렇게 네 종류의 동물이 있는데 한 동물을 버려야 한다면 어떤 걸 버리겠니?"

나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육식동물인 사자가 다른동물을 잡아 먹을 수도 있고, 에너지 소비 측면을 보더라도 육식동물이 몸집은 작아도 가장 많은 에너지를 써야하니 사자를 버려야 할 것 같았다. (마빈 해리스의 인류학 책을 보았을 때, 인도에서 소를 잡아먹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소를 도축하여 가공하는 일이 더 높은 엔트로피 증가율과 에너지 소비를 가져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기도 했다.) 그래서 난 "사자요."라고 답했다. 엄마는 웃으면서 "우리가족은 모두 사자를 버리는 구나."라고 말했다. 

간단한 심리테스트였던 그 질문은 이렇다.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사자는 자존심, 양은 사랑, 원숭이는 친구, 말은 가족을 가리킨덴다. 그러니 우리가족은 모두 자존심을 먼저 버린 것이다. 다들 자존심이 없다,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가족과 친구, 사랑이야말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자가 가장 비효율적인 에너지 소비를 하는 만큼 자존심도 어쩌면, 네 가지를 대표하는 것들 중 가장 비효율적이지 않을까. 우리가족은 적어도 힘든 상황에 빠졌을 때 서로를 버리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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