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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Mar 23. 2022

Tr(i)ump(h)는 없다.

<레드 로켓, Red Rocket 2021>을 보고

*본 글은 영화 <레드 로켓>의 스포일러로 가득합니다.



고향인 텍사스 시티를 떠나 10년이 넘도록 할리우드에서 포르노 배우로 살다가, 초라하게 텍사스로 돌아온 한 남자의 이야기.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감독의 영화답게 (비록 나는 경험해보지 못했고 가보지도 못했지만) 그 동네에서 일어나는 미치고 팔짝 뛰는 일들이 리얼하게 재현됐다. 남자는 사실상 전처인 (이혼 절차를 밟을 생각도 못한) 여자의 집 앞으로 가서 거의 빌듯이 사정하여 집에 눌러앉기로 한다. 하지만 (역시나?) 제대로 된 일을 구하지 못하고 마리화나라를 파는 일을 하며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다시 사람 구실을 하는 척을 한다. 그리고 슬그머니 여자에게 다가와 몸을 탐욕스럽게 차지한다. 그러다가 정유 회사 옆에 있는 도너츠 집에서 라일리(일명 : 스트로베리)를 보고 한 순간에 빠지고, 그녀를 꾀어 다시 포르노 계로 복귀할 생각을 한다.



40대 중반 남성이 미성년까지 3주가 남은 고등학생과 마리화나를 나누어 피고, 야외 섹스를 하는 장면들은 교육적이지 않고 사람에 따라서는 혐오감을 줄 수도 있지만, 감독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이것 자체에 대한 환멸감 내지 혐오감이었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배경은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내용으로 짐작하건대 2016년, 그러니까 미 대선이 이루어지기 전이며 텍사스라는, 아주 보수적인 도시에서의 얘기인데, 이젠 전직 대통령이 된 (4년이 언제 다 갔지?) 그가 석유재벌의 등을 업고 파리 기후협약에서 탈퇴하고 환경파괴에 앞장서고, 거의 선전에 가까운 말로 텍사스 등지의 보수 유권자들에게 표를 얻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의도적으로 미국 사회의 어두운 면 내지는 멍청한 면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았다. 



한심함에 대하여 : 포르노나 마리화나 같은 인간의 탐욕과 석유로 대표되는 환경오염의 주범(트럼프 주의)을 내세우는, 대도시에서 몸을 성상품화시키는 일을 하다가 망하고 돌아왔으면 다시 착실하게 살거나 그동안의 생활을 접지는 못할 망정, 외려 그것들을 다른 이들에게 자랑하듯이 말하고 조금 돈이 벌린다고 그 일로서 다시 재기를 꿈꾸는 그 멍청한 생각을 한 번 더 하고 있는 마이키. 그를 보고 있노라면, 이것이 미국에 있어 감추어야만 했던 (백악관 점령 시위와 같은) 모습을 대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편, 그가 꿈꾸는 17살 스트로베리의 집은 전작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 나왔던 파스텔 톤의 호텔을 닮아있고, 그것은 그에게 있어 꿈의 궁전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집에서 개같이 자신의 폰으로 성관계 동영상을 찍자고 제안하고, 스트로베리에게 너는 위대한 포르노 스타가 될 거라고 꼬드긴다.) 결국 그는 다시 LA로 떠날 결심을 하게 되고 아내에게 말하지만, 아내 역시 밑바닥 인생답게 마리화나 조직에게 이것을 말하여 마이키를 거의 벗겨먹는 것에 성공한다. 결국 모든 것은 희망이 없는 개판이고, 사람들은 전혀 변화하지 않는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 그나마 호텔 관리자가 유일한 선한 존재로 인식되었지만, 이번 작품에는 그런 것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의 양심은 그보다 몇 살 어린 옆 집 남자. 참전용사 행세를 하고 다니며 마이키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차선은 너무 급격하게 바꾸는 바람에 몇 십중 충돌 사고와 같은 아주 큰일이(미국이 붕괴된) 일어나지만, 그는 마이키와의 약속을 지키고 그 차에 혼자 타고 있었다고, 그것은 오롯이 자기 만의 잘못이라고 책임을 지면서 수감된다. 아마도, 바이든 전의 세계에서는 이런 인물이 없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런 모든 일을 겪고 한 달째 되던 날, 아내에게 돈을 다 뺏기고 스트로베리의 집 앞까지 걸어간 마이키는 그의 꿈의 궁전 앞에 선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스트로베리는 딸기 모양을 한 비키니를 입고 춤을 추는데, 그것을 보고 그는 쓴웃음을 짓는다. 앞으로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갈까? 변화가 없다면, 그는 다시 쫄딱 망하고 스트로베리 같은 여자애들을 찾아다니며 포르노 스타로 데뷔하자고 꼬시고 다닐 것이 뻔하다. 그렇게 또 한 여자애의 인생이 망친다. 그 모습을 상상한 뒤 다시 영화의 마지막을 생각해보면 그 행태가 얼마나 한심하고 우스꽝스러운 것인지 알 수 있음에 분명하다. E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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