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독일에서 듣는 첫 어학수업날. 나는 약간의 설렘을 간직한 채로 아침에 일어났다. 다행히 원하는 단계의 반(B2)에 들어갈 수 있어서, 나의 수업시간은 오후 한 시 반부터 여섯 시였다. 한 단계라도 낮았다면 오전반에 배정될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온라인 테스트 성적과 내가 B1수업을 들었던 것이 잘 반영됐던 것 같다. 어학원은 집에서 멀지 않았다. 사실, 애초에 내가 독일문화원과 멀지 않은 곳을 숙소로 정했다. 한국에서 살면서 몇 년간 느낀 것이지만, 학교와 학원은 집에 가까울수록 좋고, 회사는 (남들이 모르게) 가까운 것이 좋다.
내가 신청한 반은 집중반으로, 2주 동안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수업이 진행된다. 대충 하루에 3시간 45분 수업을 듣고, (45분이 1단위라고 생각하면 총 5번의 실수) 중간에는 두 번의 휴식시간이 있다. 내가 과연 집중해서 다 들을 수는 있을까 란 걱정도 조금은 있었다. 하지만 수업을 듣고 나니, 수업에 관련된 것은 걱정할 것이 없었다. 회화 수업이고, 집중을 해서 듣다 보니 시간이 너무 빨리 흘렀다. 내가 지치기도 전에 시간이 먼저 뛰어가버린 느낌이다. B2는 확실히 단어의 폭이 넓어져서,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새로운 단어를 외워야 할 것 같다.
우리반에는 총 14명의 학생이 있는데, 프랑스인 4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적이 달랐다. 하지만 나와 콜롬비아에서 온 사람을 빼면 모두 유럽인(호주1)이라 아시아인은 나 밖에 없었다. 막상 학원에 가기전에는 한국인이 별로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아무도 없으니 그건 또 그거대로 조금 슬펐다. 프랑스인이 많은 건 확실히 재미있는 요소였는데, 옆에 붙은 나라여서 엄청나게 서로 싸우고 싫어했겠지만 그래도 가장 가까운 나라니까, 서로의 교류도 활발하고 수업을 듣는 사람의 수도 많았다. 변호사가 되고 싶어하는 대학생 남자애 한 명, MBA과정을 밟으려는 대학생 여자애 한 명, 선생님을 하다가 과목을 바꾸고 싶은 아주머니 한 명, 그리고 은퇴한 인권변호사 할아버지 한 명이 그들이었는데, 대학생들끼리는 이미 서로의 국적을 확인하고 친해져서, 첫 쉬는 시간에 카페에 가는 것 같았다.
어쨌든, 첫 수업을 성공적으로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외국인 친구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차라리 베를린에 사는 독일친구를 한 명 사귀어서 언어교환을 하거나 독일어로 꾸준히 말하는 것이 내 실력향상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매일 숙제가 나올텐데, 저녁에 약속이 잡히면 꼼짝없이 다음날 아침에 해야 한다. 그래도 뭔가를 배우는 건 좋고, 그 배우는 것이 내가 관심있는 것이라서 재밌다. 대학교 1학년 때 한창 독일어를 배울 때, 가끔 유창하게 독일어를 말하는 나를 상상하곤 했다. 아직은 거기에 미쳐 다다르지 못하지만, 13년 전의 나보다는 지금이 훨씬 낫다. 성장했구나. 앞으로도 지치지 말고 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