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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Aug 20. 2022

내가 말을 해

요새 나의 화두는 말. 언어(Sprache)와 말(Sprechen)은 당연히 다르고, 나는 '말하기'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했다. 어떻게 보면 언어적으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유럽인들과 나는 엄연히 배경이 다른데, 학원에서 나랑 같은 반인데도 불구하고 술술 말을 잘도 뱉는 그들을 보면서 위축감이 들었고, 속안에 잠재되어 있던 자존감도 조금 더 고개를 숙였던 것 같다. 그것도 벌써 7월 초의 일이고, 지금은 자신감을 가지라는 가족과 지인들의 말과 내 안의 속삭임이 나를 이끌어 말을 많이 뱉고 있다. 나와 6주동안 과외를 하며 독일어를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게 도와줬던 레나는, 내 독일어가 괜찮다고, 같은 반의 한국인들과 비교해보면 진짜 잘하는 편이라도 다독여도 줬다. 지금은 얼떨결에 C1.1반에 와있고, 처음 걱정과는 달리 잘 적응하고 수업의 절반을 보냈다. 


한국어 화자로서의 나를 생각해보면, 나는 말이 많은 편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이 적어질수록 말이 많아지는 편이다. 근데 이건 말의 양으로 따졌을 때고, 말의 특성에 대해 따진다면, 나는 구어체보단 책처럼 말을 하는 사람같다는 코멘트를 많이 받았었다. 맞는 말이다. 중고등학교를 멀리 통학하면서, 나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하교하는 대신 손에 책을 잡고 읽으면서 집에 갔다. 그래서 그런지 덕분에 단어와 표현을 많이 아는 편이다. 그리고 말보다는 솔직히 정제되어 쓰는 글의 형태가 나는 더 자신있다. 그리고 그렇게 20년 이상을 살다보니 나의 뇌속에서 '언어'를 다루는 방식도 '말'보단 '쓰기'에 더 집중이 되어 있고, '말하기'도 '쓰기'에 영향을 받아서, 어떻게 하면 더 세련되고 고상하게 말을 할 수 있을까?로 정해진 것 같다. 독일어 공부를 하면서 약간은 강박으로 가지고 있던건, 내가 배운 단어들을 내가 말할 때 꼭 써야한다... 내지는 어려운 문법이나 표현이 들어간 것을 써야지 라는 생각들이었다. 


그러나,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나같은 케이스라 아니라면 일상회화에서는 강연이나 정제되어야 하는 학자나 정치인들의 말보다는 간단하고 쉬운 표현이 많이 쓰인다. 이것을 인식하고 고치는 데 한달 이 조금 더 걸린 것 같다. 물론, 나의 발화 방법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당연히 나의 독일어 실력은 한국어에 비하면 어휘나 표현에서 엄청 딸리는데, 내가 한국어를 말하는 것 만큼 독일어를 말하는 것을 바라는 건 당연히 시기상조인 일이다. 


그래서 그걸 조금은 더니까, 예전보다 더 말이 빨라지고 자연스러워 지는 걸 느꼈다. 7월 초에 어버버 거리는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보면 지금이 훠어어얼씬 낫다. 그래도 나중에 독일어를 더 잘하게 된다면 당연히 지금 한글로 이렇게 글을 쓰고, 복잡한 것들을 논리정연하게 말하고 싶다. 여담으로, 예전부터 프랑스어도 굉장히 부드럽고 매력적인 언어라고 생각하는데, 독일어에 좀 적응이 많이 되면 프랑스어도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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