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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Sep 01. 2022

그 해 여름


그 해 여름은 어떻게 지나갔는가. 2022년의 여름은 거의 온전히 해외에서 보냈고, 그래서 나는 한국의 비를 맞지 못했고 더위를 맛보지 못했고 습도를 느끼지 못했다. 반대급부로는 독일에 에어컨이 없는 관계로 냉각된 공기의 시원함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그 새벽에 베를린의 비를 맞았고 마른 하늘에서 지상으로 곧바로 꽂히는 38도의 폭염을 경험했고 그 더위를 피해 들어간 지하철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 사람들의 술주정과 거리 악사들의 아코디언이나 클라리넷 혹은 트럼펫 소리를 느꼈다.


그 해 여름은 어떻게 기억되는가. 2021년의 여름은 수원과 오송과 서울과 파주를 자주 오갔고, 그래서 철도에 부딪히는 열차의 바퀴소리와 기차가 플랫폼을 지나가면서 들리는 귀를 찢을듣한 소리 그리고 몇 시에 어떤 기차가 출발한다는 안내방송 소리를 오랫동안 들었다. 그리고 어떤 일에 대한 위로와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을 들었고 그렇게 흑백의 시간들, 터널을 지나갔고 마침내 다시 정상적인 채도의 영역으로 돌아왔다.


그 전 삼년간의 여름은, 20년의 부산 19년의 베트남 그리고 18년의 오사카가 나를 지나갔고 그 도시들 옆에는 늘 바다가 있었다. 나는 그 해 바다에서 잡힌 생선들을 먹었고 그들은 아마도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해는 비가 너무 적게 와서 문제였고 어느 해는 너무 많이 와서 문제였다. 하지만 비의 양의 상관없이 나는 우산을 썼어야 했고, 우산을 쓴 채 어떤 것을 혹은 누군가를 기다렸다.


올해 여름은 한국은 폭우, 독일은 가뭄으로 기억된다. 적어도 날씨에 대해선 그렇다. 사람에 관해서라면 다른 시간대에서 듣는, 기계를 통해 변환되어 전해진 목소리를 들었다. 비와 소리, 비가오는 소리. 목소리. 그것이 여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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