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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Aug 20. 2022

"그들이 돌아왔다"고...*

<놉, NOPE 2022>

*패닉 2집 <UFO> 가사에서 따옴.

**본 글에는 영화 <NOPE>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독일에서 세 번째로 본 영화. <메모리아>를 봤었던 Hackesche Höfe Kino에서 본 영화. 영어 원어에 독일어 자막이라 아직은, 내가 이 영화의 모든 대사를 정확하게 알아들을 순 없어서 내가 앞으로 적을 감상에서 조금은 틀릴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이 글을 쓴다. 조던 필이 현재 영화계에서 위치하는 위상을 생각해볼 때, 인종차별 문제와 같은 '사람'에 향했던 문제들을 이전 작에서 쏟아냈다면 개인적으로 <NOPE>은 조금은 방향을 틀어 다른 문제를 건드렸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생각은, 이전작에 비해 유머는 조금 줄었고 영화도 조금은 난해하기 때문에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것 같다는 생각이 일차적으로 들었고, 이차적으로는 그래서 배급사에서는 홍보를 할 때 조금 난처할 수도 있겠다... 였다. 물론, 조던 필이라는 이름과, 이번에 영화에 나오는 스티븐 연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 영화로 돌릴 수 있도록 도와줄 순 있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영화의 주변에 대한 사변은 이쯤에서 그만하고, 영화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우선, 전체 영화가 다루려고 했던 것은 '영화' 자체에 대한 것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쩌면, '조던 필' 자기 자신에 대한 영화라고도 생각했다. 그가 여태껏 만들었던 <겟 아웃>과 <어스>를 생각해보면 그의 영화는 호러면서도 재미있고, 동시에 사회의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쪽이었는데, <NOPE>에서는 공포의 방식이 달라졌다고 느꼈다. UFO(라고 부르고 이제 NOPE이라고 부르기로 한)가 나온 다는 점에서 미국에서 널리 알려진 51구역의 외계인과 음모론이 생각났고, 동시에 그들이 지구의 물체가 아니라는(Not Of Planet Earth)였던 것을 영화 속 대사에서 확인한다면 약간의 코스믹 호러 같은, 그것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어떤 귀신이나 악령이 아닌 '전혀 모르는 것'에서 오는 공포였다고 생각한다. 사실, 영화는 무섭지 않다. 중간중간 관객들을 속히는 씬들로 가득하기도 하고 이전작 보단 덜하지만 재밌는 장면들도 있으니까. 사실 제일 무서운 장면은 실체를 알 수 없는 비행물체가 나오는 것보단, 과거의 한 TV시리즈 촬영장에서 피를 손과 입에 붙인 유인원이 나오는 장면이다. 



어쨌든, 이것이 영화에 대한 영화라는 의견을 내는 이유는 영화 속에서 다루는 객체들이 영화과 연관이 되었기 때문이다. 주인공(다니엘 칼루야)는 그의 아버지, 누나와 할리우드 영화 촬영에 쓰이는 말들을 기르는 농장을 가지고 있다. 초반 장면 아버지가 별안간 하늘에서 쏟아진 괴상한 인간의 물건들을 맞고 죽은 후, 그는 영화 촬영장에서 말에 테이프를 붙이며 등장한다. 그리고 최초의 영화에 대한 설명 (사람이 말을 타고 달리는 영상)이 나온다. 그러니까, 100년이 조금 넘은 영화 산업과 영화라는 예술 장르는 말과 함께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말은 영화 내내 주요한 도구로 쓰인다. NOPE에 의해 끌려가는 것도 말이고, NOPE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것도 말이고, 영화가 러닝타임 내내 돌아가는 것처럼, 말도 영화 내내 달린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온갖 종류의 카메라가 등장한다. 간단한 카메라부터 CCTV 그리고 IMAX 카메라 까지. 실제로 이 영화를 촬영할 때는 IMAX 카메라로 촬영을 했다는 말을 들었긴 했다. 마치 현재 영화의 발전상처럼, 간단한 형태부터 흑백, 그리고 칼라의 시대 그리고 IMAX가 나오고, 중간에 NOPE에 대한 작전을 실행하다가 필름 카메라를 들고 장렬히 하늘로 빨려 올라가는 늙은 아저씨의 모습을 보면 현재는 거의 자취를 감춘 필름 카메라의 운명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조던 필' 자신을 다룬 영화라는 이야기는, 영화 속 주인공의 서사가 어쩌면 영웅담에 가까웠고, 감독인 조던 필이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스쳐왔던 역경들을 녹여낸 것은 아닐까 하고 분석해봤다. 처음에는 아버지에 가리고, 난관을 겪는 'OJ'의 모습. 무시를 당하고 말을 타는 것에 자꾸 실패를 하지만 종단에는 말을 타면서 NOPE에게 맞서고, 결국은 그 물체를 물리치고 당당히 영화 마지막 장면에 화면 정중앙에 들어오는 그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다른 면에 대해서도 짚어보자면, 다른 영화를 오마주 한 것 같은 장면도 보였다. (<포레스트 검프>에서의 유명한 대사 'Run Forest Run!'이나, 주인공은 죽지 않고 영웅이 된다는 고전적인 서사 등) 한 편, 주인공들이 NOPE의 정체를 알아차리는 장면은, 주인공의 마구간(농장이라고 해야 할까...)을 연속 촬영한 결과 산등성이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는 구름이 있다는 것. 이것은 영화가 연속적인 것, 그러니까 사진에서 추가로 시간 차원이 추가된 것을 생각해보면 NOPE이라는 물체가 '영화'라는 매체에 반하는 존재로도 표현된 것이 아닐까라도 생각해봤다. 그리고 하나는 상업성 영화에 대한 비판. NOPE이 사람들을, 동물들을 잡아먹고 그들의 물건들을 아래로 다시 뱉는데, 아버지도 머리에 동전이 박혀서 죽었었고, 막바지엔 동전들이 땅 아래에 수북이 쌓여있는데, 그 모습을 보면 오직 돈을 벌기 위해서만 존재하고, 사람들을 유혹하는, 이미 자본주의에 흠뻑 젖어버린 산업 영화들에 대한 반발심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NOPE> 속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 하고, 아래부터는 내가 재밌게 본 부분이나 되짚어본 부분들을 써보려고 한다. 

-. UFO(작중 NOPE)은 사실 대부분이 그 속에 외계인이 '타고'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 자체가 하나의 생물이었던 점 (어떻게 보면 에반게리온 시리즈의 '사도'같은 물체와 비슷하다고 생각됐다.)이 재밌었고, 그 물체가 어떻게 변형되는지 모는 점이 재밌었다. 정확한 원리는 나오지 않지만, 그 물체 주위에 있으면 모든 전자기기가 멈추는데, 그 때문에 그것을 영상으로 담으려면 아이러니하게도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는 장치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 재밌었다. 영화의 촬영과 연관시켜 말을 해보자면, 후반 장면에서 NOPE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기 위해 한국에서 널리 쓰이는 색색깔의 흔들 풍선을 광활한 대지에 놓고 그것들이 춤추다가 어느 군집이 멈춰버리는 장면은 또 하나의 재미였다. 마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물체를 동일한 샷에 담으면서 오는 이질감과 거기에서 오는 아이러니한 재미... 


-. 어느 원시 부족들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영혼이 날아간다.'라는 것을 믿어서 사진을 찍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했는데, 이를 모티브로 NOPE을 바라보면 그것에 먹힌다는 설정이 생긴 게 아닐까 싶었다. 작년에 개봉했던 Don't Look Up과 묘하게 이어졌다. 돈룩업도 그렇고 놉에서도 결국엔 사건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위를 돌려다 보아야'하는데, OJ가 마지막 장면 NOPE을 잡기 위해 용감하게 그것을 쳐다보는 장면이 잘 이어졌다고 생각했다. 한편, 이 것은 내가 아직 잘 잇지 못한 영화 속의 내용인데, 리키 '주프' 박(스티븐 연)이 어렸을 때 아역배우로 찍은 TV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다. 거기에는 '고디'라고 부르는 침팬지가 나오는데, 어느 날 어떤 에피소드를 촬영하다가 그가 사람들을 무차별 폭행하고 죽이는 장면이 있다. 리키는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하고, 결국엔 마주치는데 고디를 그에게 다가와 폭행 대신 주먹을 맞대는 제스처를 취하려고 했다. 그러나 도착한 경찰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눈을 마주침', 그리고 영화/드라마 산업에서 학대되었을지도 모르는 동물들의 대한 서사인가? 정도가 지금 나의 생각이다. 



참고로 이 영화는 충동적으로 봤다. B2.3 수업이 끝난 날, 선생님의 주도로 조금 일찍 어학원에서 나와 비어가든에 갔는데, 지금까지 말을 한 번도 안 해봤던 미국인 여자애가 내 앞에 앉았다. 가든에서는 수업 내내 말이 많았던 네덜란드 아저씨가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거의 90% 이상의 말을 했고, 나는 그걸 못 참고 그냥 내 앞에 있던 그에게 말을 걸었다. 말수가 적을 것 같던 그 친구는 의외로 말이 많았고... 저녁에 영화를 보러 간다는 말을 듣고, 나도 노잼인 여기에서 있을 바엔 오랜만에 영화를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NOPE을 볼 수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나온 후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둘 다 모국어로는 할 말이 있는데 막상 그걸 독일어로 하려니 서로의 답답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내가 영어로 말하자고 했는데, 너무 오랜만에 (거의 말하기 테스트를 제외하고) 영어를 하니까, 독일어랑 뒤섞여 버려서 결국은 0개 국어가 되어버린... 슬픈 상황을 맞이했다. 


어쨌든, 세부적인 것을 이해하려면 한국 자막이 있는 <NOPE>을 다시 봐야 하고, 유튜브에 올라온 이동진 평론가의 해설도 볼 생각이다. 그래 보면 지금 내가 가졌던 생각과 비교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평론가의 말이 늘 맞는 건 아니지만, 나는 이동진 평론가가 그래도 어쩌면 보편적이고 '정론'에 가까운 해석을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의 '영화력'을 측정할 때 그의 해설이나 글을 참고하곤 한다. 내가 했던 생각을 그도 했음을(시간은 누가 먼저인지 모름) 알게 되면 나도 어느 정도는 평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오지 않았을까? 하고 되뇌기도 한다. 뭐,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나'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해석과 (억지가 아닌) 말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겠지만. 그럼 이상으로 <NOPE>의 리뷰를 마친다. E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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