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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Jun 24. 2016

3시(市)3색 그리고 제4제국

오스트리아의 색


육일동안 나는 오스트리아에 있었다. 빈, 잘츠부르크, 인스부르크에서 각각 이틀씩 머물렀다. 오스트리아의 첫 느낌부터 말하자면 육년전 갔었던 독일과 거의 똑같았다고 말할 수 있다. 버스의 모양새 지하철의 종류도 같았고 가장 중요한 `언어`마저 같았다. 한중일 삼국이 가까이에 있어도 각자의 언어를 가지고 있어 각자의 색을 강하게 띄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나간 세 도시의 모습은 다 달랐다.


빈은, 문화의 도시. 나는 빈에 도착한 그 날 저녁에 동행과 함께 오페라<Alceste>를 봤고, 이튿날에는 벨베데레 궁전에서 클램트의 <Der Kuss>를 감상했다. 도시전체에 박물관과 미술관 그리고 분위기있는 카페와 식당이 줄지어 서있어서 마치 도시 전체가 '예술의 전당'같았다.


잘츠부르크는 모짜르트가 가장 유명하다고 하지만, 난 도시 자체의 분위기가 너무나 좋았다. 잘츠부르크 성에서 바라본 시내의 풍경은 프라하의 주황색지붕과 대비되는 짙은 회색의 지붕이 이루어내는 침착한 풍경이었다. 프라하의 풍경이 톡톡 튀었다면, 잘츠부르크의 풍경은 차분했다. 잘츠부르크를 우리말로 그대로 옮기면 '소금성'이다. 예전부터 소금이 많이 생산되기도 했고, 특히 중세엔 소금이 아주 중요한 물건이었기때문에 잘츠부르크 성은 항상 모두가 원하는 황금성이기도 했다. 그래서 잘츠부르크성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요새'의 역할을 맡았다. 그래서인지 투박하고 주변환경과 어우러지는 색깔을 가지고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인스부르크는 알프스 밑의 도시. 겨울스포츠의 도시라 예전에 동계올림픽을 연적도 있던 곳이다. 이곳은 관광이라기보단 휴양지로 인기가 더 많다. 심심찮게 봤던 동양인이 인스부르크엔 극소수였다. 케이블카를 타고 한 봉우리 정상에 올라갈 수 있었는데 자연의 절경이 너무나 시원했다. 도시는 마치 착륙전의 비행기에서 보는 것처럼 아득했다. 정상은 시원한 바람이 불었고, 녹지않은 눈이 듬성듬성있었다. 손으로 그것을 만지니 아주 시원했다. 잠깐, 내가 겨울에 불시착해버린건 아닐까.


오스트리아를 돌아다니면서 느낀 또 한가지, 예전 합스부르크 왕가 시절에 대한 향수였다. 프라하에서 설명들은 바로는, 왕가가 체코지역을 통치할때 나쁜짓을 많이했다고 들었는데, 쇤부른 궁전에서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장점만 들었다. 근면한 황제, 비운의 왕비 같은, 어쩌면 미화가 됐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들. 통치기간에 찾아온 황금기. 이는 인스부르크에서 왕가가 힘들었던 시절 다시 일으킨 '막시밀리안 1세'에 대한 칭송에서 또 한번 느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유로 2016이 한창인 지금,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오스트리아를 응원하는 동시에 독일팀 또한 응원하고 있었다. 술집에서는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경기를 우선적으로 틀어줬다. 내 사고가 잘못되고 위험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오스트리아는 잊혀진 지난제국의 향수를 계속해서 발산했다. 독일에서는 계속 네오나치주의가 대두되고 있다. 전쟁이 끝나고 훨씬 뒤에 태어난 세대가 특히 그렇다. 유럽전방위적으로 극우파 젙당들이 올라서고있다. 오스트리아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절대로 아니라고 말할테지만 무의식적으로 혹시 제4 제국(Der vierte Reich)를 꿈꾸고 있는것은 아닐까? 오스트리아 여행은 정말 좋았지만, 또 이런 이면이 나를 편하게만 만들진 않는다. 지금은 인스부르크 호텔이고 내일은 뮌헨으로 떠난다. 밖에서는 무슨 축제가 있는지 올드팝송이 자꾸 들린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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